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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장불살(降將不殺)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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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5 06:00:00 수정 : 2026-01-14 16:11:2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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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혐의로 기소된 이후의 일이다. 1996년 8월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다. 전 전 대통령에겐 검찰 구형대로 사형이 선고됐다. 그런데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노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6개월로 감형을 받았다. 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이 1987년 국민 직선으로 선출됐다는 점, 임기 중 북방 외교와 한국의 유엔 가입 같은 업적을 남겼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소련(현 러시아),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수교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면 1심에서 무기징역이 나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노태우(왼쪽),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1996년 법정에 출석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 전 대통령의 형량은 2심에서 더 줄어들었다. 1996년 12월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22년 6개월을 파기하고 17년을 선고했다. 재판장 권성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권력을 찬탈하려는 전두환의 뜻을 시종일관 따르고 이어받아 함께 영화를 누리고 결국 대통령직까지 넘겨받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우두머리와 부하 사이에는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1심 형량에서 5년 6개월을 깎았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 감형은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겠으나, 자신도 대통령을 역임한 마당에 ‘전두환 똘마니’ 같은 취급을 받았으니 서운함을 느꼈을 법도 하다.

 

정작 권성 부장판사가 내린 2심 판결의 하이라이트는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기징역으로 낮춘 점이다. 그로 인해 법정에서 방청객들이 재판부에 야유를 보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권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 1987년 6·29 선언 수용을 통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실천한 점을 참작했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복한 적군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라는 뜻의 항장불살(降將不殺)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전 전 대통령이 대체 누구한테 투항했다는 것일까. 권 부장판사는 6월 항쟁에서 분출된 국민의 민주화 요구가 담긴 6·29 선언을 전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항복’이라고 간주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이 13일 1심 결심공판이 열리는 법정에 출석해 있다. 앞줄 오른쪽은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3일 윤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워낙 무거운 범죄인 만큼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선고만이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법정 최고형을 택한 것이다. 한국이 1997년 이래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형 선고 가능성은 낮다. 설령 1심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상급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공산이 크다. 다만 윤 전 대통령에게는 ‘항장불살’이란 이유를 갖다붙이긴 어려워 보인다. 최후진술 내내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일관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투항할 의사가 전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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