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대 교역국’ 中에 악영향
베네수엘라 이어 이란산 원유도 제재
“2025년 10월 양국 휴전 합의 신뢰에 손상”
이란, 해상 통해 中에만 원유 90% 수출
中 “관세 전쟁 승자 없어… 권익 지킬 것”
물밑선 美특사와 접촉하는 등 해법 모색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정권을 향한 압박을 한층 강화한 것이지만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10월 일시 봉합됐던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중국은 “불법적인 제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거래에 있어서 25%의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본 명령은 최종적이고 확정적이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적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압박하는 ‘2차 제재’(2차 관세)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겨냥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난에 항의하며 지난달 28일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강경 진압 지시 이후 시시각각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6일째인 이날까지 시위대만 최소 648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으며 “일부 추산에 따르면 사망자가 6000명을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군사행동을 포함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백악관은 이날 역시 외교적 해결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군사행동도 선택지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즉각 출국할 것을 경고했다. 이란 주재 미국 사이버대사관은 이날 긴급 공지를 내고 “이란에서 미국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구금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출국 계획을 마련하라”고 했다.
미국이 이란의 교역 상대국까지 겨냥하고 나선 배경은 양국 간 정식 외교관계나 교역이 없는 만큼 직접적 관세로는 압박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상을 통한 이란산 원유 수출의 90%가 중국으로 향하는 만큼 2차 관세 부과 선언이 미·중 무역마찰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역데이터 제공기업 임포트글로벌이 추정한 2024년 기준 이란의 대중국 수출액은 30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3%에 달한다. 중국은 앞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의 영향으로 주요 원유 수입처인 베네수엘라를 잃은 데 이어 또 하나의 원유 수입처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중국은 어떠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와 확대 관할권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모든 필요한 조처로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 옵션 선택 가능성을 두고는 “중국은 일관되게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 국제관계에서의 무력 사용·위협에 반대해 왔다”고 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 대표로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미·중 간 무역 휴전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며 “이번 관세가 실제 정책으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양국이 지난해 말 이후 구축해 온 신뢰에는 이미 일부 손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최고지도자 공식 홈페이지와 엑스(X) 계정 등에 정부 지지자들이 운집한 사진을 올리며 “이란 국민이 적들에 맞서 결의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물밑에서는 미국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악시오스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지난주 연락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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