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베라 루빈 앞세워 피지컬 AI 주도
퀄컴, 모빌리티와 로봇 전용 칩으로 승부수
인텔·AMD, 극한의 환경까지 엣지 AI 강화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6’은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원년임을 선포하는 무대였다. 엔비디아, 퀄컴, 인텔, AMD 등 반도체 공룡들은 기존의 주력 무대였던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와 로보틱스를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각사의 기술력을 집약한 솔루션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대거 공개하며 물리적 세계와 결합한 AI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엔비디아, AI DC 넘어 도로·공장으로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데이터센터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AI 파이프라인’을 과시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블랙웰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대폭 높인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을 통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거대 모델을 훈련시키고, 이를 차량과 로봇에 이식하는 통합 전략을 제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자율주행을 위한 AI 모델 ‘알파마요’다. 인간처럼 상황의 인과관계를 추론해 복잡한 도로 상황에 대처하는 이 기술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A 모델에 최초로 탑재되어 올해 내 실도로 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자사 로봇 학습용 모델인 ‘코스모스’와 휴머노이드 제어 모델 ‘GR00T’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LG전자 등과 협력한 결과물을 공개하며 로봇 생태계 장악을 예고했다. 특히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와 협력해 건설 장비가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미래를 시연하며 피지컬 AI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퀄컴, ‘모바일 DNA’를 로봇의 두뇌로
모바일 칩의 절대강자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퀄컴은 이번 CES에서 폭스바겐 그룹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및 자율주행 칩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와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및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통합 제어 솔루션 공동 개발을, 토요타와는 신형 RAV4의 콕핏 플랫폼 협력을 발표하며 오토모티브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전용 프로세서 ‘퀄컴 드래곤윙 IQ10’ 시리즈를 공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퀄컴은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AI와 손잡고 로봇이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며 움직이게 하는 ‘핵심 두뇌 설계도(컴퓨팅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로봇 산업의 표준까지 주도하겠다는 퀄컴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인텔 ‘범용성’vsAMD ‘극한 확장성’
인텔은 역대 가장 정밀한 반도체 제조 기술인 ‘18A 공정’ 기반의 첫 야심작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를 공개하며 엣지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엣지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기기가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해당 프로세서가 모바일용임에도 불구하고 로봇공학 및 스마트 시티 등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환경에서 요구되는 산업용 인증을 최초로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이 칩을 탑재한 이탈리아 기업 오버소닉의 휴머노이드 ‘로비’가 클라우드 연결 없이 실시간으로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시연했다. 아울러 인텔의 자회사 모빌아이는 휴머노이드 기업 멘티 로보틱스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범용 로봇 제어 영역으로 확장했다.
AMD는 자동차와 로봇을 넘어 우주 항공과 생체 공학 분야까지 아우르는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리사 수 CEO는 기조연설에서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 및 로봇 의수 개발 기업 ‘제너레이티브 바이오닉스’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이는 AMD의 AI 기술이 극한 환경과 인체 보조 로봇 등 물리적 세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자동차·로봇”
반도체 기업들이 ‘움직이는 모든 것’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기존 시장의 정체와 새로운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PwC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PC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올해 성장률이 각각 -0.9%와 2.1%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10.7%, 로보틱스 및 산업용 시장은 8.2%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2030년까지 전 세계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규모가 무려 6조7000억 달러(약 9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 막대한 자본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결국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분야로 흘러들 것으로 본 것이다. 결국 현실 세계의 모든 움직임을 제어하는 ‘거대 두뇌’를 선점하려는 기술 강자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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