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기 때마다 전세금을 더 보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몇 번 겪고 나니까, 이게 맞는 선택인가 싶더라고요.”
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의 전용 59㎡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김모(34)씨는 “처음엔 집을 살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금리가 높고 대출 규제도 강화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는 얘기다.
상황이 달라진 건 전셋집 계약 만기를 앞두고서다.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요구했고,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김씨는 “전세로 계속 가려면 보증금을 더 올려야 했고, 월세로 바꾸자니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됐다”고 말했다. 결국 5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김씨처럼 다시 매수에 나서는 20·30대가 늘고 있다. 한동안 관망하던 젊은 층이 서울 주택시장으로 다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이다. 시장 분위기도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대출 막혔다더니 왜? 서울 집값 바닥론에 30대가 먼저 움직였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1만6122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3600명 넘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규제지역 확대 이후 거래가 급격히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다르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층의 회복이 빠르다. 30대 매수자는 한 달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20대 역시 큰 폭은 아니지만 증가세다. 중·장년층 매수도 함께 늘었지만, 거래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먼저 움직인 쪽은 2030세대였다.
현장에서는 전·월세 불안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이어지면서 “어차피 매달 나가는 돈이라면 내 집으로 돌리자”는 판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구축 단지 위주로 문의가 다시 붙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30대 문의가 거의 없었다”며 “12월 들어 실거주 목적의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는 기대보다는 더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30대 매수에는 생활 계획도 맞물린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전세 불안을 계속 안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오피스텔을 매입한 박모(32)씨는 “신혼집으로 월세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컸다”며 “대출 이자가 부담되긴 하지만, 길게 보면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월세 내느니 차라리”…2030, 다시 집을 사는 계산
이번 움직임을 과거처럼 단기 차익을 노린 ‘영끌’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강하고, 갭투자가 사실상 막혀 있는 만큼 예전과 같은 공격적인 매수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살 집 위주로만 본다”는 말이 적지 않다.
부담 요인이 사라진 건 아니다. 상당수 2030 매수자는 여전히 대출 비중이 높다. 금리나 경기 흐름이 다시 흔들릴 경우,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2030 매수는 집값 상승을 확신해서라기보다는 전·월세 시장에서 밀려난 선택에 가깝다”며 “더 나빠지기 전에 자리를 잡자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거래 반등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동안 멈춰 있던 2030세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만큼은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눈여겨볼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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