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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마통’ 5조에도 국방비 ‘펑크’… 구멍가게식 재정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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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7 23:05:29 수정 : 2026-01-07 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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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한은 마통'서 114조원 빌렸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정부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한국은행에서 누적 11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 재정을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7월 한 달 동안 한은에서 25조3천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올해 1~7월 누적 대출은 113조9천억원으로, 종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105조1천억원)보다 8.4%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2025.8.12 jin90@yna.co.kr/2025-08-12 14:10:28/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 재정 운용의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달 자금 부족을 이유로 한국은행에서 5조원을 차입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4조원을 차입한 뒤 석 달 만에 다시 급전을 빌린 것이다. 정부는 종종 일시적인 자금 운용 해소 차원에서 ‘마이너스 통장’ 성격의 차입금을 한은에서 잠시 빌려 쓴다. ‘한은 마통’으로 불린다. 한은 마통은 세입과 세출의 시차를 조정하기 위한 응급수단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반복적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재정이 상시적인 유동성 부족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은 마통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부작용도 커진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신뢰에 부담을 주고, 재정 긴장을 시장에 그대로 노출한다. “필요하면 한은에서 빌리면 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재정 관리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안은 모처럼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편성·집행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나라 곳간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나라 살림의 우선순위와 재정 운용의 기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여파로 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각 군과 방위사업체 등에 지급했어야 하는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국방비가 미집행됐다. 여기에는 육해공군 각급 부대의 전력운영비와 방산업체에 지급될 방위력개선비가 포함됐다. 병사들의 장병내일준비적금 납입도 펑크가 났다가 일주일 늦게 이뤄졌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예산 신청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재정경제부는 “연말 통상적인 이월 집행”이라며 서로 ‘네 탓 공방’까지 벌인다. 국정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병력 운영과 장비 유지, 방산 계약 어느 하나라도 지연되면 군의 임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군 예산은 숫자가 아닌 전력(戰力)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번 일은 예산 집행 과정의 해프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치권에서 관계부처 장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계엄 여파로 가뜩이나 군의 사기가 침체된 상황이 아닌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국방·안보 분야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재정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서둘러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정부 재정 운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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