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석유·전력 인프라 국유화
후계자 마두로, 이념 이어받은 뒤
살인물가·치안 불안 등 경제 나락
각국, 베네수 모델 거리두리 기류
반미 군부·관료 권력 아직도 건재
일각선 ‘정권 즉각 붕괴’ 신중론
30년 가까이 베네수엘라 사회를 관통해 온 통치방식인 ‘차비스모(차베스주의)’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정예 군사력을 동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좌파 정치노선 차비스모의 존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좌파 집권사로도 치환할 수 있는 차비스모는 반미·반신자유주의 노선과 강한 국가 개입, 빈곤층의 지지를 동력으로 삼는다. 좌파 성향 군인 출신이자 베네수엘라 정계 거물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취임 후 한때 중남미 좌파 정권 연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는 석유·전력·통신 등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기업들의 자산과 지분을 강제로 이전하며 반미 노선을 제도화했다. 2004∼2008년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이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재원으로 무상교육·의료 등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였다.
2013년 3월 차베스 전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한 뒤 마두로 대통령은 공식 후계자로서 차비스모를 계승했다. 그러나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초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 치안 불안에 시달리며 붕괴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유가 폭락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라는 외부 상황에 국내 생필품 가격 억제와 배급제, 산업 분야 국가 통제 강화 정책이 더해지며 경제는 악화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으나 마두로 정권은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민심 이반은 가속화했고 탈출 행렬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해 기준 베네수엘라를 떠난 난민과 이주민이 8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권위주의적 독재를 펼쳐온 마두로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랭하다.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베네수엘라 모델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압송은 개인의 위기를 넘어 베네수엘라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차베스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혁명박물관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 플로리다주, 스페인 마드리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나마 파나마시티 등에서는 이날 조국을 떠났던 베네수엘라인들이 모여 마두로 정권 축출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콜롬비아에 거주 중인 베네수엘라 출신 한 시민은 CNN에 “베네수엘라 해방을 축하한다.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이 차비스모의 즉각적인 붕괴로 이어질지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차비스모의 약화는 마두로 대통령 개인의 한계와 맞물린 결과로, 새 지도자의 등장 여부에 따라 변형된 형태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통치권 수행을 논의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만 해도 마두로 정권에서 경제·재무·무역부 장관을 맡은 차비스모 핵심 주체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 정권은 마두로 대통령과 군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에 의해 체포됐지만 군과 관료 조직, 일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권력 기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베네수엘라 국민 사이에서도 반미 정서를 매개로 한 정치적 서사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던 만큼 반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반미 시위가 열렸다. 차비스모에서 보다 민주적인 형태로의 체제 전환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뤄질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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