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방아쇠… 중·일·유럽 가세
망간·희토류·코발트·구리 매장 ‘보고’
미래산업 필수 소재… 패권까지 좌우
태평양 CCZ가 최대 자원지로 꼽혀
한국, 3개 광구 탐사권 보유 ‘자원국’
일각 사업 채굴 놓고 환경 파괴 경고
“생태계에 수만년짜리 상처될 가능성”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저 중요 광물 탐사를 대폭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핵심 광물을 “국가 안보와 경제 패권의 심장부”로 못 박으면서 사실상 바닷속 자원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다. 중국 역시 2025년 초 심해저 망간단괴(다금속 결절)·다금속 황화광상 탐사 프로그램을 강화했고, 한국·일본과 유럽 주요국 등도 앞다퉈 해저 탐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을 좌우할 니켈·코발트·희토류의 육상 공급이 치솟는 가격과 공급망 불안으로 안보를 위협하면서 깊은 바다에 존재하는 망간단괴 등 광물이 새로운 ‘전략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 지형 뒤흔들 바닷속 거대 광산
심해에는 망간, 니켈, 코발트, 구리, 희토류를 품은 망간단괴와 코발트 풍부 망간각, 해저열수구 다금속 황화광상이 분포한다. 이 자원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후반 북태평양 심해에서 처음 다금속 결절이 보고된 이후 1960∼1970년대 해양 과학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커졌다.
망간단괴·망간각은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반도체, 군사용 전자장비와 통신 장비에 쓰인다. 희토류는 영구자석, 레이더, 미사일 유도, 5G 기지국, 데이터센터 서버용 자석 등 미래 산업 인프라의 필수 소재다.
최대 자원지로 꼽히는 곳은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턴 구역(CCZ)이다. 하와이 남동쪽에서 멕시코 서쪽까지 약 450만㎢에 이르는 이 심해평원에는 수심 4000∼6000m 해저에 망간단괴가 수조개 단위로 분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CCZ에 약 211억t의 건조 중량 망간단괴가 존재한다고 평가했으며, 금속 함량을 고려한 경제 가치는 16조달러(약 2경3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 세계 해저에 있는 망간단괴와 망간각은 육상의 니켈·코발트 매장량의 4∼5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저 탐사는 각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이뤄지는 탐사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국제해저)에서의 탐사로 나뉜다. 공해상 탐사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SA)가 관리하며, ISA의 승인을 받은 국가와 기업만이 지정 광구에서 활동할 수 있다.
ISA는 2000년 망간단괴 규정, 이후 다금속 황화광상·코발트 풍부 망간각 규정을 차례로 채택하면서 공해상 광물 탐사 계약 체계를 출범시켰다. 이 규정에 따라 한국·일본·중국·인도·러시아·프랑스·독일·영국·벨기에·폴란드·브라질 등 20여개국과, 나우루·통가·쿡제도·키리바시 등이 후원하는 민간·국영 기업까지 합쳐 30건의 탐사 계약이 전 세계 공해에서 체결돼 있다.
◆해저 광물 탐사 각축장 된 태평양
일본은 2013년 본토에서 1200㎞ 떨어진 미나미토리섬 인근 서북태평양에서 희토류 농도가 최대 5000ppm에 이르는 심해 진흙을 발견했다. 2018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지역은 수백년 동안 전 세계에 희토류를 공급할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경제적 가치는 최대 5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육상·해저를 가리지 않고 자원 안보를 강화해 온 중국은 2001∼2004년 ISA와 태평양 망간단괴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10년대 이후 코발트 풍부 망간각과 다금속 황화광상 탐사 계약을 추가로 확보하며 서태평양·인도양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2017년에는 산둥성 옌타이 인근 해역에서 해저 금광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 옌타이시는 이 해저 금광의 매장량이 아시아 최대 규모인 약 562t으로 추정되며 2026년부터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심해 광물 조사를 시작했다. 2022년 USGS가 글로벌 해저 광물 지도를 공개했고, 2025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직후 해저·대륙붕 핵심 광물 탐사를 가속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자국 앞바다 심해 탐사를 공식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UNCLOS를 비준하지 않았고 ISA 회원국도 아니어서, 탐사·채굴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협약을 비준하고 ISA 체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도 1990년대 후반부터 CCZ 망간단괴, 인도양 중앙해령 다금속 황화광상, 서태평양 망간각 광구 등 공해상 3개 심해저 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보유해 잠재적 해저 자원국 지위를 굳혔다. 현재 확보된 면적은 약 11만5000㎢이며, 이 지역 매장량은 최대 7억4000만t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상업 채굴에 가장 가까워진 해저 광산 후보는 CCZ 한가운데 위치한 NORI-D 해역이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계 더 메탈스 컴퍼니(TMC)의 자회사 나우루 해양자원회사(NORI)가 나우루 정부 후원을 받아 추진 중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순현재가치가 약 55억달러, 인근 광구를 모두 개발할 경우 잠재 프로젝트 가치는 230억달러 이상으로 분석된다. 다만 ISA의 상업 채굴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NORI-D는 시험 채굴과 환경영향평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익과 환경 사이, 심해 채굴의 딜레마
공해상 상업 채굴이 코앞에 왔는데도 ISA가 채굴 규정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는 수익 배분, 감독 권한, 환경 기준을 둘러싸고 국가들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자원 수입국과 해저 광물 개발 기업들은 로열티율과 의무 기술 이전을 완화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개발도상국과 환경을 중시하는 국가들은 더 강한 환경 기준과 공정한 이익 공유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유럽 국가와 태평양 도서국을 중심으로 한 ‘모라토리엄 요구’는 규정 제정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다. 프랑스·독일·스페인·핀란드와 피지·사모아 등 태평양 섬나라들은 지난해 공식 성명을 통해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축적될 때까지 심해저 채굴에 대한 일시 중단 또는 예방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칠레·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도 여기에 동참해 ISA 총회에서 사실상 ‘모라토리엄 연합’이 형성된 상태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는 과학계와 연안국, 태평양 도서국에서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2023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CCZ에서의 채굴이 퇴적물을 수십㎞ 확산시켜 먹이망을 장기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5월 해양과학 전문 저널 ‘프런티어 인 마린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서도 “망간단괴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수백년 이상이 걸릴 수 있으며 일부 종은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평양 도서국과 연안 소국들은 심해저 채굴을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3∼2024년 태평양도서국포럼(PIF)과 연계된 회의에서 피지·사모아·통가·키리바시 등은 “공해에서의 대규모 채굴 활동이 자국 EEZ와 연안 어장, 산호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쿡제도와 나우루, 통가 내부에서도 전통 어업 공동체와 교회 단체들이 “심해저를 파괴하는 것은 우리의 조상과 문화 그리고 미래 세대의 바다를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환경·사회 안전장치 없이는 상업 채굴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2021년 발표된 ‘심해 연구 과학자 공동성명’에는 2025년 12월 현재까지 70개국 이상, 964명의 해양 과학·정책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재의 과학·규제 수준으로는 심해저 채굴을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심해 생태계에 수만년짜리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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