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신앙인들 만의 규범 아닌 인간 사회 본래 질서
편견 대신 열린 시각 가질 때 진정한 공존 가능
"가정은 인류 문명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평화의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녀,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를 이루는 것이 곧 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 평화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순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가정국장은 가정연합이 왜 오랜 시간 ‘가정’을 중심 의제로 삼아 왔는지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그에게 가정은 사적 공간인 동시에 인간 사회와 문명이 유지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다. 개인의 삶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사회의 안정과 평화 역시 이 작은 공동체의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인식이 그의 가정관의 근간이다.
가정연합이 가정을 윤리적 이상이나 종교적 교리가 아닌 ‘원리’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 국장은 가정연합이 말하는 가정의 가치는 특정 신앙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규범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본래 작동하도록 설계된 관계 질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이며, 그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부부와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정관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입니다. 다문화 가족은 저출산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전국 지역사회에서 국제 부부가 경제적·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가정연합이 다문화 가정과 국제결혼에 꾸준히 주목해 온 이유는 이들이 개인의 결합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사회 전체에 새로운 생명력을 공급하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가정은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되지만, 그 성패와 파장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가정연합의 가정관에서 부부 관계는 모든 가정 질서의 중심에 놓인다. 오 국장은 부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일뿐더러 서로를 완성시키며 책임을 나누는 관계로 제시한다. 여기서 축복결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축복결혼은 사적인 사랑을 사회적·공적 책임으로 확장시키는 출발점이자, 가정이 개인적 선택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성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는 결혼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만 소비해 온 현대 사회에 대한 하나의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성(性)에 대한 인식 역시 이러한 가정관과 맞물려 있다. 가정연합은 성을 개인의 자유 이전에 가정을 완성하고 생명을 잇는 책임의 영역으로 여긴다. 그는 무분별한 관계의 확산이 결국 개인의 고립과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하며, 가정 안에서 사랑과 책임이 결합될 때 성은 비로소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 된다고 풀이한다.
"최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종교 규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다문화 가치가 정치 프레임에 갇혀 왜곡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우리는 종교 강요가 아니라, ‘가족과 평화’를 중심에 둡니다. 국가와 사회가 편견 대신 열린 시각을 가질 때 진정한 공존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오 국장은 가정연합의 가정관이 법이나 제도를 통해 강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대신 그는 가정의 회복이 문화와 실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시 ‘평화’라는 단어로 돌아왔다. 그는 “세계평화는 거창한 정치적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며 “각 가정의 식탁에서, 부부의 대화에서, 부모와 자녀의 사랑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연합은 앞으로도 ‘가정에서 시작하는 평화’를 실천하며, 인류가 ‘하나님 아래 하나의 대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국장의 말처럼, 가정연합이 말하는 가정은 전통적 가족 형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관계 구조를 다시 세우자는 제안이다. 가정에서 회복된 사랑과 책임이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그의 질문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심연에 던져지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대전차 방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8/128/20251228508849.jpg
)
![[특파원리포트] 트럼프행정부 NSS를 대하는 자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8/128/20251228508622.jpg
)
![[이종호칼럼] AI 대전환 시대, 과감히 혁신하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8/128/20251228508590.jpg
)
![[심호섭의전쟁이야기] 이길 때 멈춘 핀란드의 계산된 생존 전략](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8/128/2025122850858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