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 8초’에서 분산형 휴가로 변화
연차 최다 목적은 ‘여행’…‘집안일’도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12월은 ‘연차 소진’의 달이다. 사무실 자리는 하나둘 비어가고, 메신저 상태 창에는 ‘휴가 중’ 문구가 선명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 씁쓸한 현실이 포착된다. 휴가의 여유를 즐기려는 찰나 ‘미안한데 급한 거라 궁금해서…’ 등 일에 관해 직장에서 날아온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뜬다. 몸은 휴가지에 있지만 정신은 사무실로 소환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6일 발표한 ‘2025년 근로자 휴가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휴가 문화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디지털 족쇄’에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인원의 2024년 연차 소진율은 79.4%로 2023년(77.8%)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부여된 연차 일수 자체가 전년 대비 0.1일 감소한 16.7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장인들이 한정된 휴가 기회를 과거보다 더 알뜰하게 챙겨 먹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용 패턴도 영리해졌다. 5일 이상 장기 휴가를 떠난 근로자 비중은 9.8%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늘어났다. ‘7말 8초’로 상징되던 고전적인 여름휴가 집중 현상도 완화되는 추세다. 대신 상반기(2~6월)와 10·12월 사용률이 올랐다.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해 남들 안 갈 때 여유롭게 떠나거나,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며 한 해를 정리하려는 ‘분산형 휴가’가 대세다. 징검다리 휴일을 포함한 휴가 사용 만족도(68.5점)와 업무 부담에 따른 휴가 사용 제약 없음(65.1점) 동반 상승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연락’이다.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 응답 점수는 42.4점, ‘휴가 중 일한 경험’은 29.4점에 그쳤다. 점수가 낮을수록 경험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지표들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완벽한 오프(Off)’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방증한다. 업무와 휴가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는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차 사용 목적으로는 여행이 35%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어 △휴식 28.6% △집안일 16.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여행 외 여가활동(8.6%)’, ‘건강관리(4.7%)’, ‘자기계발(1.6%)’ 등의 순이었다. 여행과 집안일은 2023년의 33.5%와 14.6%에서 증가했지만, 나머지 휴가 사용 목적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전반적인 연차 사용 만족도는 71.9점으로 2023년의 71.7점보다 소폭 상승했고, 휴가로 인한 삶의 만족도 향상도 72.1점으로 71.0점에서 올라 긍정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유독 웃지 못하는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휴가 비용 만족도’다. 휴가 비용 만족도는 65.8점에 머물러 고물가 지속 등의 상황으로 지갑 사정 때문에 연차를 주저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이번 조사는 17개 시·도에서 산업 활동을 수행하는 상용근로자가 5인 이상인 총 2041개 사업체의 상용 근로자 5096명을 대상으로 올해 8월22일부터 11월7일까지 이뤄졌다. 연차 사용 등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이며, 표준화된 설문지를 통한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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