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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전함인가…트럼프의 ‘황금 함대’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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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26 10:37:46 수정 : 2025-12-26 10:42:49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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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형 함정으로 구성된 ‘황금 함대’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냉전 시절인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600척 해군 구상’ 이후 전함에 필적하는 대형함정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황금함대’ 계획은 전함(battleship)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급 전함 건조와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조할 최대 규모의 수상 전투함인 트럼프급 전함은 배수량이 3만~4만t에 달한다.

 

미 해군 주력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약 1만t)의 3배 이상, 미 해군 최대 크기 전투함인 줌왈트급 구축함(1만5000t급)의 두 배가 넘는 거함이다. 러시아 해군 핵추진순양함 표트르 벨리키(2만8000t)보다도 크다.

 

냉전 이후 중국 해군 055급 방공구축함(1만2000t), 일본 신형 이지스함(2만t)처럼 순양함으로 분류될 만한 대형 전투함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3만t을 넘어서는 전투함을 만드는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미국은 강력한 해군력 구축과 조선업 부흥을 위해 ‘황금 함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술적 리스크와 해군 전력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줌월트급이나 연안전투함처럼 실패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해군 전함 아이오와가 주포를 일제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레이건 시대 떠올리는 트럼프의 황금 함대

 

트럼프의 황금 함대 구상이 실현된다면 1907∼1909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세계를 일주한 미국의 백색함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 해군을 자국 연안에 묶어두고자 추진했던 600척 해군 구상처럼 미 해군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결과가 될 전망이다.

 

백색함대와 600척 해군 구상, 황금 함대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함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백색함대 세계 일주에는 전함 16척이 투입됐고, 600척 해군 구상에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조됐던 아이오와급 전함 4척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등의 개량을 거쳐 일선에 복귀했다.

 

미 해군 타이컨디로거급 이지스순양함 첸슬러즈빌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 전력이 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된 조선 정책 등으로 약해졌다고 본다. 1987년 594척에 달했던 미 해군 함정은 2020년 293척으로 급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대 122개를 탑재하는 타이컨디로거급 이지스순양함은 2020년대 말에 모두 퇴역할 예정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대량 탑재하는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 4척도 조만간 일선에서 물러난다. 미 해군의 화력이 급감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전투함의 성능개량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최신형인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Ⅲ 이지스구축함은 추가적인 성능향상이 어렵다.

 

지속적인 개량을 거치면서 여유 공간과 무게, 전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전력과 공간을 요구하는 새로운 전투능력을 함정에 탑재하기가 쉽지 않다. 대형 전투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급 전함 건조와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금함대 주력이 될 트럼프급 전함은 미 해군이 직면한 문제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트럼프급 전함은 미 해군이 2022년 구상했던 차세대 구축함(DDG-X)을 확장한 모양새다. 

 

차세대 구축함엔 SPY-6 공중 탐색 레이더와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베이스라인 10), MK41 수직발사대, 레이저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탑재될 예정이었다. 검증된 시스템과 새로 개발하는 장비를 혼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수직발사대에 들어가지 않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쓰려면 DDG-X보다 더 큰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한 트럼프급 전함 건조와 황금함대 구상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트럼프급 전함의 상상도. 로이터·연합뉴스

DDG-X를 대체하는 트럼프급 전함은 기존 DDG-X를 토대로 탑재 장비와 크기를 더욱 늘린 형태다.

 

SM-6 함대공미사일 등을 사용하는 MK41 수직발사대 128개와 중거리 신속타격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대 12개가 탑재된다. 개발 중인 신형 핵탄두 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N)도 갖춘다.

 

전자기 레일건과 600킬로와트의 고출력 지향성 레이저 무기도 탑재된다.

 

전자기 레일건은 두 레일 사이에 흐르는 강력한 전자기력을 이용해 탄환을 발사한다. 레이저는 레이저를 한곳에 집중시켜 목표물을 녹이거나 무력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전함은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도 100배는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외에도 적 레이더를 마비할 수 있는 수상 전자전 개선 프로그램(SEWIP) 블록Ⅲ와 드론 방호장비, V-22가 착함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출 예정이다. 

 

미 해군 연안전투함 가브리엘 기퍼드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황금 함대를 둘러싼 리스크

 

미국은 트럼프급 전함 2척을 먼저 건조하고, 최종적으로는 20~2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실상 타이컨디로거급 이지스순양함의 공백을 대체하는 셈이다.

 

미국은 트럼프급 전함과 신형 호위함·잠수함·핵추진항공모함·지원함 등 유인 함정 280∼300척과 다수의 무인함정을 배치해 중국 등의 해양 위협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아이오와급 전함과 니미츠급 핵항모 등을 앞세워 소련 해군의 활동을 억제했던 600척 해군 구상 전략이 수십년만에 황금함대로 부활하는 모양새다. 전략의 표적이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황금함대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미 해군은 최근 신규 전력증강 사업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4년 처음 진수된 줌왈트급 구축함은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된 대형 스텔스 구축함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술적 리스크로 레일건 탑재가 취소됐다. 155㎜ 함포는 설치됐다가 전용탄 가격 문제로 철거됐다. 선체에 부식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고, 선체에 넣었던 전자장비 중 일부를 다시 밖으로 꺼내는 작업 등으로 운영유지비도 증가했다. 

 

척당 건조비도 35억 달러를 넘으면서 줌왈트급은 3척 건조로 끝났다.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 메케인함이 입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연안전투함(LCS)과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도 마찬가지였다. 미 해군이 록히드마틴(프리덤)과 제너럴 다이내믹스(인디펜던스)의 LCS를 모두 구매하면서 운영유지비가 치솟았다.

 

첨단 기술을 대거 채택했지만, 기술적 성숙도나 검증 이력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대부분 실패하거나 기존 장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 그쳤다. 결국 LCS는 일부 함정이 조기 퇴역을 했다.

 

LCS를 대체할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도 미 해군의 거듭된 설계변경 요구 등으로 당초 목적을 상실한 채 가격 급등을 포함한 부작용이 커지자 2척 건조로 끝나고 말았다.

 

군함 종류에 관계없이 첨단 기술로 군함을 구성해야 한다는 미 해군의 사업 관리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레일건과 레이저 무기 등이 적용되는 트럼프급 전함도 줌왈트급 구축함이나 LCS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

 

트럼프급 전함과 함께 황금함대를 구성한 신형 호위함도 논란 거리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가 제안한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도입이 2척 건조로 끝나면서, 미국은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HII)가 설계한 레전드급 호위함을 기반으로 하는 신형 함정을 만들 예정이다.

 

레전드급은 미 해안경비대가 사용하는 함정이다. 미국에서 설계·건조된 것으로 미국 내 공급망이 갖춰져 있다. 

 

미 해안경비대 레전드급 순찰함이 기동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해군은 레전드급 설계를 최소한으로 수정해서 신속하게 전력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투함 소요의 3분의 1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빨리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구축함들을 고가치 임무에 집중시키고, 호위함은 저강도 임무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속한 전력화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함정의 작전 활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신형 호위함의 첫번째 건조 물량에는 수직발사대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포와 대공방어장비인 램(RAM), 비행갑판 외에 컨테이너형 미사일 발사대를 포함한 모듈형 탑재 장비가 함미에 장착될 수 있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이 미 해군의 기준에 맞게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의 부작용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충분한 수량의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를 처음부터 탑재하지 않는 것은 공중 위협 대응에 제약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선박들을 공격해왔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함정에 함대공미사일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컨테이너형 발사대에 함대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만, 선체에 내장된 수직발사대보다는 탑재량이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한 트럼프급 전함 건조와 황금함대 구상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트럼프급 전함의 상상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급 전함처럼 소수의 초고성능 전투함과 다수의 저성능 호위함으로 구성된 전력 구조로 중국 해군에 맞설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용 증가 위험도 상당하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배수량이 8000∼1만t 정도지만, 최신 기술을 꽉 채워넣으려는 미 해군의 정책 때문에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척당 건조비도 25억∼30억 달러에 달한다.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미래 전투함에 대한 비용 계산이 매우 어렵다.

 

트럼프급 전함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레이저 무기, 레일건 등의 신기술이 투입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들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건조 및 기술 개발 단계에서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건조를 강조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일정이 없다. 비용 추산을 위한 기초적인 설계와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의회에서 예산을 배정받아 상세 설계작업을 해야 한다.

 

이르면 2027 회계연도에는 트럼프급 전함의 세부 사항이 공개될 수 있으나, 설계를 마치고 건조에 착수할 시점은 2030년대 중반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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