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가 이어지며 간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보통 술이 간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최근 의료계가 더 주목하는 위험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고열량·고지방 식습관으로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간이 서서히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5년새 43% 급증…‘조용히’ 늘어나는 간 질환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5년 만에 약 4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환자 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인 886만여 명을 조사한 서울대병원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지방간이 없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67% 높았다.
의료계에서는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 건강을 과신하는 태도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단순 지방간도 방치하면 ‘간암’까지
가벼운 지방간 자체는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문제는 간에 축적된 지방에서 염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할 때다.
이 경우 환자의 20~40%는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 단계에 접어들면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의료진은 “이 단계부터 간암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며 “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간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지방 음식, 체중보다 먼저 간을 공격
비알코올 지방간의 핵심 원인은 고열량·고지방 식단과 운동 부족이다.
기름진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간세포 안에 지방이 쌓이고, 반복될수록 염증 반응이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체중 증가 문제를 넘어 간 내부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한다.
최근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지방간 진단을 받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대부분 평소 식습관을 들여다보면 고지방·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이 특히 경계하는 집단은 중년 이후 비만이나 제2형 당뇨병이 동반된 지방간 환자다.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지방간은 단순한 지방 축적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성격이 바뀐다. 이 경우 간암으로 진행되는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빨리 빼는’ 다이어트는 금물…“술보다 식탁 점검해야 할 때”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 간에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간 건강을 위해서는 빠른 감량보다 천천히, 지속 가능한 체중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의료계는 최근 연구들을 근거로 “고지방 식단은 체중 증가를 넘어 간세포 수준에서 질환과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록 동물실험이지만 장기간 고지방 식습관이 간 질환의 자연 경과를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명확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연말연시, 술잔보다 더 자주 마주하는 것은 식탁이다. 술을 줄이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를 되묻는 간 건강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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