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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정헌법 제1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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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26 06:00:00 수정 : 2025-12-25 15:54:55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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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자 국회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판검사가 고의로 법률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를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의 이른바 ‘법왜곡죄’ 신설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부총리급)이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쓴소리를 했다. 이 위원장은 ‘법률을 왜곡해 적용하는’이란 문구가 너무나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명국의 수치”라는 표현까지 썼다.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일말의 양심이란 것이 있다면 이런 법안은 당장 폐기함이 마땅하다.

 

 ‘연방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건물 외벽에 새겨진 모습. 게티이미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물론 참여연대 같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조차 위헌 소지를 들어 폐기를 촉구했으나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것이다. “권력자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을 길을 터줬다”, “언론의 감시 기능 위축이 우려된다” 등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민주당은 끝내 귀를 닫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질 뻔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이래도 되는지 탄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뭐가 ‘허위조작 정보’라는 건가. 문제의 법안에 따르면 폭력 선동, 증오심 조장,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침해, 공익 훼손 등을 가리킨다고 한다. ‘문명국의 수치’라는 지적을 들은 법왜곡죄만큼이나 뜬구름 잡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의 내용은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했을 때 추정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임의로 가짜뉴스, 곧 허위조작 정보라고 단정한 뒤 해당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배소를 내겠다는 뜻 아닌가.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입틀막’ 입법인 셈이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반대하는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활짝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헌법은 21조 2항에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보다 약 200년 먼저 민주주의를 시행한 미국은 어떨까. 1791년 채택된 미 수정헌법 1조에는 ‘연방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 시민의 여러 기본권 중 ‘표현의 자유’를 특히 두텁게 보장하고자 이런 조항을 만들었을 것이다. 거액의 손배소를 무기로 삼는 ‘입틀막’ 행태가 우리 헌법상 금지된 ‘검열’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은 이 또한 ‘문명국의 수치’ 아닌지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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