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엄마들의 작은 나눔 실천이 이웃들과 거리를 좁히는 따뜻한 공동체 기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청당마을 벽산블루밍 아파트 그린마더스클럽은 최근 단지 내에서 ‘라면 트리 기부 행사’를 열고 입주민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했다. 이 모임은 초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출발해 아파트 자생단체로 등록하고 4년째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등 연 2회 정기적인 기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난 21일 연 올해 행사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마들뿐 아니라 아빠와 아이들까지 함께 나섰다. 산타와 루돌프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기부자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직접 라면을 트리에 걸며 기부와 나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행사장에는 웃음과 온기가 가득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입주민들 역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 아파트는 인정이 넘치는 훈훈한 동네”라며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자연스러운 참여가 이어지며 행사는 단지 전체의 축제처럼 운영됐다.
올해 행사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환경과 지역 상생까지 함께 고민한 점도 눈에 띈다. 라면 트리 기부와 함께 텀블러 지참을 독려했고, 주변 상가 이용을 유도하는 소규모 이벤트도 곁들여 이웃과 지역을 함께 생각하는 취지를 살렸다. 크리스마스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산타와 루돌프 역할 역시 모두 자발적인 무료 봉사로 채워졌다.
특히 이 모임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엄마들 가운데서도, 해마다 열리는 두 차례의 기부 행사에 다시 찾아와 참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했던 시간과 나눔의 경험이 이사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모인 기부 물품은 라면 1743개와 양말 250켤레, 각종 선물꾸러미 등이다. 나눔은 기부 행사 이후에도 조용히 이어졌다. ‘라면 트리 기부 행사’를 통해 모은 기부 물품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사흘에 걸쳐 엄마들이 손수 차량에 물품을 싣고 지역 복지관과 시설을 방문해 나눔의 마음을 전했다.
기부 물품 전달을 마친 뒤에는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웃들을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 준비와 진행을 도운 입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직접 커피를 전달하며 고마움을 나눴다.
그린마더스클럽 총무 심지연 씨는 “기부는 물건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함께 마음을 보태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작은 나눔은, 전달과 감사의 순간까지 이어지며 또 하나의 따뜻한 공동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 총무는 이어 “4년간 꾸준히 기부 활동에 함께해 온 김기운 씨(전 입주자대표회의 감사·현 신화인터텍 고문)를 비롯해, 목천위생매립장 황동석 위원장, 청당예술어린이집 심현옥 원장, 목우촌 천안대리점 김민수 대표, 입주자대표회의와 통장들의 관심과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같은 선한 기부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한켠에서 시작된 엄마들의 작은 실천이 이웃과 이웃을 잇는 공동체의 힘으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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