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흔히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결과로 여겨진다. 특히 유전적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중년 이후에도 꾸준히 몸을 움직인다면 이러한 통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체활동은 치매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 있어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계속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뇌는 나이가 들어도 변한다
25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연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년기(45~64세)와 노년기(65세 이상)에 신체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활동량이 가장 적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40~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고위험 유전자로 알려진 요인을 보유한 경우에도 이러한 보호 효과는 유효했다. 신체활동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리고, 경험과 학습에 따라 뇌가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을 강화한다. 동시에 만성 염증을 줄여 인지 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가”,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운동이 의미가 있는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는 이 질문에 비교적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성인 초기의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과 뚜렷한 연관이 없었지만, 중년과 노년기의 활동은 분명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이는 곧 “이미 나이가 들었으니 늦었다”는 생각이 근거 없음을 의미한다.
◆“45세 이후 안 움직이면 치매 위험 최대 45%↑”
전문의들은 이번 결과가 임상 현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치매 예방에서 운동의 시기에 대한 논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연구”라며 “특히 노년기에도 뇌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고, 운동이 그 변화를 이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년 이후 신체활동만으로 치매 위험을 4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약물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다”며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국가 차원의 신체활동 증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고령자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의 강도가 아닌 지속성이다. 걷기처럼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뇌 건강에 충분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운동은 근육뿐만 아니라 뇌 혈류와 신경 연결을 동시에 자극한다. 중년 이후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이제 사회의 과제로…전문가들 “한계는 있지만 방향은 분명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치매 예방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안전하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걷기 좋은 도시 △접근성 높은 공공 운동 프로그램 △지역 기반 활동 공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미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투자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를 지닌다. 운동이 직접적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축적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일관된 경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신뢰도는 높다는 평가다.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반드시 젊을 때부터 운동해야 할 필요는 없다. 중년과 노년에도 시작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했느냐’가 아닌 오늘도 몸을 움직이고, 내일도 계속 움직일 수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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