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일정기간 감면해 준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달러시장으로 빠져나간 투자금을 원화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내놓은 것이다. 외환당국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떨어졌다.
◆환헤지 세제 지원도
25일 정책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의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가 지난 18일 달러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개인투자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세제 혜택까지 내놓은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일정기간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것이 골자다. 감면혜택은 복귀시기가 빠를수록 높아진다. 내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로 비과세 혜택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개인투자자의 선물환 매도(환헤지)에 대한 세제 지원도 마련한다. 주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고,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하면 환헤지 상품 매입액의 5%를 해외주식 양도세 계산 시 추가 공제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해외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려는 개인투자자를 겨냥, 달러 유동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내에 모회사를 둔 기업에는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기존의 95%에서 100%로 조정한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지원방안 모두 해외에 묶인 달러자산을 원화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외환당국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도 “환율과 관련해선 대통령실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조건부로 내년부터 집행될 예정인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연간 투자한도인 200억달러에 대해 “그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기재부 관계자가 언급했다. 집행 첫해인 내년에 2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투자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외화가 일시에 지급되는 데 따른 환율불안 가능성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1484.9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구두개입 직후 146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가 1449.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 폭(33.8원)은 2022년 11월11일(59.1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근책’ 효과 거둘까
불과 한 달 전 환율 방어를 위해 “세제 활용 도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11월26일)던 정부가 24일 해외주식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전격 꺼내 든 것은 수차례에 걸친 구두개입에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서다. 세제혜택이라는 ‘당근책’에도 시장에선 단기적인 환율 안정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잔액은 3분기 말 기준 1611억달러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10월 이후 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에 180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개인과 기업,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늘면서 구조적인 외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금을 끌어오고,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 출시와 기업의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조정으로 시장의 달러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환율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해외주식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양도소득세를 22%까지 감면해준다지만, 미국 투자 수익률이 그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면 쉽게 미국 주식을 팔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미국의 신산업 기업 중심으로 주식이 오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꾸준히 해외에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 등 대외여건에 따라 재차 환율 상승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따라 가파른 환율 상승 곡선이 점차 꺾일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연말에 가까워지고 크리스마스 직전이라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국의 존재감이 시장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연말까지는 환율이 전날의 고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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