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새벽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누리호가 600㎞ 궤도에 안착하던 그 순간 많은 국민이 같은 감동을 나누었을 것이다. 이번 성공에는 정밀한 분석과 예측을 수행한 인공지능(AI) 기술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AI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의료 분야 AI는 전문의 수준의 진단을 하고, 제조업과 금융권 분야에서는 품질·위험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의 농업은 기후위기, 고령화, 노동력 부족, 농촌 소멸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AI 융합 농업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미국 농업연구청(ARS)은 SCINet이라는 대규모 AI·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2000명이 넘는 연구자와 중점대학이 연결된 연구 생태계로 유전체 분석과 병해충 예찰, 품종개량 부문에서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도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 혁신 프로그램 ‘Horizon 2020’·‘Horizon Europe’을 통해 연구·산업·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농업 부문의 전방위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우리도 이에 발맞춰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1월 국가 농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농업과학기술 AI 융합 전략’을 발표했다. AI 기반의 농산업 구조 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또한, 기술·데이터·현장 간 연결을 강화해 농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AI 이삭이’는 농업인의 연중 파트너로 거듭난다. 기존 챗봇형 상담을 넘어 연간 계획, 당일 작업, 경영 의사결정까지 포괄하는 ‘올타임(All-time) 서비스’로 운영한다. 농가별 경영 상태를 분석해 경영비의 5% 절감을 지원하고,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보조하는 체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쉽고 빠른 스마트폰 병해충 진단도 확대한다. 2029년까지 AI 진단 대상을 82개 작물·병해충 744종으로 늘려 신속한 방제를 지원한다. 앞으로는 작물의 이상 징후를 촬영해 ‘AI 이삭이’에게 전송하면 즉시 진단명과 방제법, 날씨에 따른 온실 내부 환경 조성까지 ‘척척’ 알려준다.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도 강화한다. 2027년까지 정제된 30억건 이상의 농업 데이터를 학습하고, 농생명 빅데이터 학습·추론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3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AI 기반 농업혁신도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이 농업인의 실제 작업과 의사결정을 돕고, 그 경험이 다시 연구개발의 방향을 비추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농업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 혜택이 농업인의 손안에서 매일 확인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며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섬세하게 다듬어 갈 것이다. “과학은 인류의 삶을 향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미국 저명 농학자인 노먼 볼로그의 말처럼, 농업인의 주머니 속 파트너 ‘AI 이삭이’가 더 많은 농업 영역에서 작동하도록, 그리고 한국 농업이 첨단기술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성심껏 뒷받침하겠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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