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출 7000억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어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총수출액은 1년 전보다 3.1% 증가한 6831억달러에 달했다. 이달 들어 수출이 6.8% 증가했는데 이 추세라면 올 연말쯤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한 반도체가 유례없는 초호황(슈퍼사이클)을 구가하는 덕분이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미국발 관세 충격에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이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커지니 걱정스럽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제조업 위기 징후가 감지된다. 반도체를 빼면 1∼11월 수출액은 4876억달러로 외려 1.5% 쪼그라들었다. 주요 15개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뺀 10개 품목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철강과 2차전지, 석유화학, 가전, 일반기계 등 핵심 산업 대부분이 8∼12%가량 줄었다. 반도체는 경기에 따라 극심한 부침을 겪는데 초호황이 마냥 지속될 리 없다. 언제 수출이 급전직하하고 성장, 고용 등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가할지 모른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이 1.8∼2.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지만 반도체 효과를 제외하면 0% 혹은 역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조업과 내수 전반에 냉기가 가득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52%는 ‘업황부진’이나 ‘경기침체’, ‘글로벌 불확실성’ 탓에 내년 경영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의가 유통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 전망은 0.6%로 최근 5년 새 가장 낮았다. 부진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7.9%), 고물가(46.5%), 시장경쟁 심화(34%), 가계부채 부담(25.8%) 등이 꼽혔다.
이제 경제실상을 직시해야 할 때다. 발등의 불은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신산업을 서둘러 키우고 철강·석유화학과 같은 전통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고부가전환에 속도를 내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물가 안정과 환율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상법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과 같은 ‘친노동, 반기업’ 법안 독주를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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