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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모·비만 치료까지 건보 적용하면 감당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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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7 23:35:28 수정 : 2025-12-17 23: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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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에 탈모·비만 치료제·한방 난임치료 등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제 열린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가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탈모약이 상당히 대중화된 모양인데 보험을 적용하면 약값이 상당히 내려가지 않느냐”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보 적용도 언급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생명이 오가는 치료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건보 재정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료를 내는 국민 의견 수렴,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대통령이 불쑥 지시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탈모약, 비만 치료제 등의 건보 적용은 우선순위 등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건보 적용이 안 돼 엄청난 치료비가 들어가는 희귀·희소질환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암 등 더 중한 질환이 많은데 생명에 지장이 없는 탈모부터 건보를 적용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 의료계에서도 “생명을 좌우하는 고가 항암제 등을 제쳐놓고 탈모, 비만 치료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 않나. 국민을 가장 불안케 하는 필수·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대통령은 탈모약 등의 건보 적용 검토를 주문한 배경으로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을 못 받아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소외감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을 언급하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고도 했다. 건보는 국민 모두가 분담해 유지하는 사회적 보험인데 특정 계층을 앞세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에선 “‘모(毛)퓰리즘’을 멈추라”고 비판하지 않나.

이 대통령의 지시대로 건보 적용 대상이 늘어난다면 건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급여비 증가 등에 따라 건보 재정이 2026년 적자로 돌아서고, 누적 준비금도 2030년 소진될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무분별한 건보 적용은 재정 파탄을 부르고, 이를 막으려면 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민이 동의하겠나. 어떤 경우든 건보 재정이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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