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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경총 부회장 “韓 경제 ‘반도체 착시’… 다양한 산업 성장 위해 규제 완화 절실”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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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7 06:00:00 수정 : 2025-12-16 18:58:53
대담=이강은 산업부장, 정리=이현미·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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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으로 전체 지표는 괜찮아
실제론 주요 업종 대부분 상황 안 좋아

‘노란봉투법’에 온실가스 감축안 발표
노동·환경규제 영향 경제 잠재력 약화

일괄적인 정년연장 추진 부작용 우려
고령자 재고용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

규제 대신 인센티브 중심 지원 나서야
“지금 한국 경제에는 ‘반도체 착시 현상’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반도체를 빼면 수출만 해도 실적이 급감하게 돼요. 특정 산업 편중이 심해지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다양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집무실에서 만난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지금의 한국 경제는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는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했던 정치·경제 상황을 수습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행사를 잘 마무리한 덕에 대외신인도가 나아졌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시작된 1·2차 상법 개정, ‘2035 온실가스 감축안(NDC)’ 발표 등 일련의 노동·환경 규제 드라이브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당장 산업·계층·세대별 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정년 연장만 해도 인구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를 노동시장에 지속 참여시키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정 정년 나이를 일괄·강제적으로 높이는 방향은 기업의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키우고 청년 세대의 정규직 고용을 제한하는 점에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절반을 비상계엄 여파에 휘말린 채 보내다 보니 내년은 올해보단 나을 거란 평가가 많다”며 “그러나 지금의 1∼2% 성장이 아니라 3∼4%도 갈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체력을 살리기 위해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실적이 늘어난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달리 철강, 석유화학, 건설, 유통 등 어려운 기업이 많다. 주요 업종을 10개라고 하면 과거에는 7∼8개 업황이 좋았던 반면에 이제는 1∼2개만 좋고 나머지는 안 좋다. 반도체에서 조 단위로 투자하다 보니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많은 업종이 부진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이 괜찮은 걸로 포장돼 있으나 반도체에 편중된 가운데 업종별, 기업규모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 /2025.12.12 허정호 선임기자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 성과·한계는 무엇인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전반적으로 일본보다 잘했다고 본다. 에이펙도 잘 마무리해서 경제외교에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실용주의가 기대만큼은 안 보이는 게 아쉽다. 노동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을 기대했으나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형사처벌 위주의 접근 대신에 사전 예방 강화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상법 개정은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

 

“소액주주 보호나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런데 (오너 중심의 한국)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벌(오너경영) 체제가 나쁘다는 비판 인식이 강한데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경영 체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성장해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선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 오너경영 체제에서 반도체와 같은 미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법 개정안에는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어려운 부분이 많아 우려스럽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 /2025.12.12 허정호 선임기자

─이 대통령이 첨단산업 분야와 관련해 사실상 금산분리 완화 조치를 시사했다.

 

“반도체 투자를 하려면 몇십조, 몇백조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라 해도 돈을 끌어오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금융 계열사까지 갖고 있을 경우 부작용이 커진다는 시각이 있어서 금산분리 규제를 한다. 그런데 재벌만 해도 세대교체가 되고 미국 유학파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불법·편법에 매우 민감해한다. 반도체와 관련해 일부 풀어주면 이미 대규모 현금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보다는 배터리 부문 적자로 현금이 부족한 SK그룹이 혜택을 볼 것이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적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전략 산업·품목을 빨리 발굴한 뒤 집중 투자해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형사처벌보다는 과징금이 효과적일까.

 

“경제적 제재가 효과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상법, 공정거래법, 근로기준법,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법에 경제 형벌 조항이 너무 많다.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 법률에 총 8403개의 법 위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은 기업 경영자들이 구속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과감한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 도전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니 형사처벌보다는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규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 /2025.12.12 허정호 선임기자

─반도체 업계에선 주 52시간제 예외 요구가 크다.

 

“반도체 업종에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는 건 (경쟁력 측면에서) 사실 말이 안 된다. 국내 한 대기업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 다국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속인주의’가 적용되는 한국 노동자들만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이에 대해 일본 직원들은 ‘지금 R&D(연구개발) 해야 하는데 말이 되냐’고 따진다고 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엄청 열심히 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정년 연장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을 듯한데, 어떤 입장인가.

 

“우리도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는 찬성하고, ‘퇴직 후 재고용’ 같은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용과 임금 유연성 없는 일괄적인 정년 연장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해고에는 ‘징계 해고’와 ‘통상 해고’가 있는데 통상 해고는 소송에서 노동자가 대부분 이긴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정규직을 점점 더 안 뽑으려 한다. 청년 고용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다. 일괄·강제적인 정년 연장은 세대 갈등과 함께 계층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정년 연장 혜택을 받게 될 대기업 정규직과 노조원의 처우가 강화될수록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상대적 불이익이 커져 양극화는 심화된다. 정년 연장이 법으로 강제되면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는 형태로 인력의 ‘조로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사례는 어떠한가.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법상 정년 개념이 거의 없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00년 재고용 중심의 65세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해 고령자 고용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였다.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려할 때 60세 이전의 근로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 /2025.12.12 허정호 선임기자

─노란봉투법의 보완입법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대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이 확대되면 산업 현장에 막대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현행법은 한 회사에 여러 노조가 있어도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1개 노조가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데, 이를 분리하면 수십년간 정착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형해화될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손대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원청 노조에 이어 하청 노조의 압박까지 더해지면 결국 원청 노조의 것을 일부 떼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노노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가 누구인지, 교섭 안건이 무엇인지 불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NDC 기준도 기업에겐 부담일 텐데.

 

“미국,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사실상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에 선도적으로 도전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에는 산업계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규제 대신 인센티브(혜택) 중심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다. 정부 주도의 무탄소 전력 인프라 확충, 송배전망·저장설비 확대, 전기화·수소환원제철 등 온실가스 감축기술 상용화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NDC 추진은 필연적으로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원자력 발전 없이 감당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1957년생 ●연세대 행정학 학사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동국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23기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무역투자실 실장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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