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집권 2년 차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지난 11∼12일 진행된 ‘생방송 업무보고’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 보고에서 야당 국회의원 출신인 이학재 사장에게 “1만 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머뭇대자 “거 참, 말이 기십니다” “지금 딴 데 가서 노세요”라고 질책했다. 외화 단속은 공항이 아닌 관세청 소관임에도 “업무 파악 못 한다”며 몰아붙였다. 교육부 등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환단고기 추종자) 논쟁’ 있지 않으냐”며 논란을 낳았다. 역사학계가 위서로 규정한 문제를 다룬 것부터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하라”고도 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발언이다.
당장 야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책갈피 환치기’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때 쓰인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고압적 언사를 두고서는 “갈라치기와 권력 과시의 정치 무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흠집 내기와 정쟁”이라고 반박했지만, 업무보고가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과 소통하며 정책의 디테일을 보여주려는 업무보고 생중계의 취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의 말은 신중하고 정제되어야 한다. 10시간이 넘는 생방송을 지켜보는 국민 앞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기관장이나 관료에 대한 군기 잡기·망신 주기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의 여당 소속 구청장을 공개 칭찬한 것 못지않게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좋은 방법이라며 닷새간 생방송 업무보고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얽힌 국정을 원만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생중계 취지를 살리려면 부처의 세세한 업무까지 대통령이 만기친람식으로 간여하려는 자세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정치적 함의와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더 세심하게 관리돼야 한다. 대통령의 질문이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을 부른다면 국정 동력이 되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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