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의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는 규제로 작용했던 ‘국가장학금 2유형’을 2027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립대 재정 여건 악화와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 등을 고려해 내후년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학 경쟁력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대학은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대학 자체의 등록금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 이내’라는 법정 인상 상한선은 지켜야 한다. 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국가장학금은 가구 소득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1유형과 대학을 통해 학생에게 주는 2유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해 사립대들의 반발을 사 왔다. 세계 주요 대학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연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재정난 탓에 투자는커녕 건물에 비가 새도 제때 고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오죽하면 AI 교육에 필수인 GPU(그래픽처리장치)도 못 구할 지경이란 말이 나오겠나. 대학에 등록금 결정권을 돌려줘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해 지역 거점 국립대에 5년간 4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우리는 등록금도 못 올리게 하는 건 형평에 안 맞는다”는 사립대의 불만이 쏟아졌다. 결국 전국 4년제 일반 대학과 교육대학 193곳 중 70.5%가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포기하면서 전년보다 4~5%씩 등록금을 인상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유도 정책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은 셈이다.
이번 결정을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확보된 재원을 교육의 질 향상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 등록금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학부모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 고통 분담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인상 최소화,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선심성 지출이 많아 지탄을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지원에 쓰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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