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베네수엘라 안보 위기에도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어려워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무력 행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정상이 통화를 하고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발이 묶인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마두로는 2013년 베네수엘라 정권을 잡은 이래 12년 넘게 집권 중인데,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마약 카르텔’이라고 부르며 사실상 범죄 집단과 동일시하고 있다.
통화 후 크레믈궁은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며 “또 푸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향해 러시아의 확고한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외압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이익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마두로의 행동 방침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외압’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퇴치와 원유 밀수 근절 등을 명분 삼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군함을 배치한 것을 뜻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미 해군에 의해 사실상 봉쇄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푸틴은 러시아·베네수엘라 양국의 협력 분야로 무역, 경제, 에너지, 금융, 문화, 인도주의 등을 꼽으면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미국의 침공 가능성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에 지금 가장 필요한 군사 분야의 협력은 언급에서 빠졌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에 무기를 수출해왔다. 군사 고문단을 보내 베네수엘라군의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전쟁이 거의 4년 가까이 지속되며 러시아는 예전처럼 베네수엘라에 직접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형편이 못 되는 실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주요 우방국에 파견돼 있던 군사 고문단 및 병력을 오래전에 이미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 대표적 국가가 바로 중동의 시리아다. 푸틴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60) 정권을 장기간에 걸쳐 지원해왔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군을 시리아에 주둔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수행에 국력을 소진한 러시아가 시리아의 자국 병력을 철수시키며 상황이 반전됐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4년 12월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렸다. 푸틴은 몰락한 아사드 가족의 러시아 망명을 허용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일각에선 베네수엘라가 시리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트럼프도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연일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dpa는 “푸틴이 시리아의 통치자 아사드에게 그랬던 것처럼 결국 마두로도 포기하고 러시아 망명을 주선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 그런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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