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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빙하기의 유산, 열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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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1 23:00:46 수정 : 2025-12-11 23: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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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는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같은 과에 속하는 연어와 달리 바다로 나가지 않고 평생을 차가운 산간 계류에서 살아간다. 빙하기 시절, 북쪽의 시베리아와 만주 일대에서 이어지던 냉수 하천 생태계를 따라 한반도까지 남하한 이 물고기는, 이후 기온이 상승하자 따뜻해진 저지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깊은 산골짜기의 냉수역에 고립되어 살아남았다.

이렇듯 열목어는 빙하기의 차가운 물에 맞춰 진화해 온 종으로 러시아 아무르 유역과 몽골, 중국 동북부 등 북방 지역에 널리 분포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냉수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산지로 밀려나 한강과 낙동강 상류의 맑은 계곡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그렇다면 왜 열목어는 먹이가 더 풍부한 하류로 이동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는 생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응해 온 환경 조건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이른바 ‘생태적 보수성(ecological conservatism)’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열목어는 빙하기 이후 1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섭씨 15도 이하의 냉수에서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적응해 온 것이다. 그러나 빙하기에 특화된 이러한 생태는 급격히 진행되는 기후변화 앞에서 이들을 위태롭게 만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계곡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특성상 개체군 간 교류가 적고 근친교배가 잦아 유전 다양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질병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뜨려 집단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열목어 보전을 위해서는 유전 다양성 기반의 과학적 모니터링과 장기적 서식지 관리가 필요하다.

열목어 보전은 단순히 한 종의 보호 차원을 넘어, 빙하기로부터 이어져 온 한반도 냉수 생태계의 유전적 유산을 지키는 일이다. 맑고 차가운 물줄기 속을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열목어의 모습은,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려는 우리의 책무를 조용히 일깨워준다.

전형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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