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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사람 죽이고 다녀요”…잡고 보니 “한울이가 시켰다” [사건 속으로]

입력 : 2025-12-10 16:00:00 수정 : 2025-12-10 16:03:16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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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택시기사 흉기살인 사건
SNS여성 만나려다 실패…택시기사 길헤매자 살해
20대男 “다른 인격 한울 지시”…‘정신병’ 선처 호소
檢, 사형 구형…유족 “반성 하나도 없어” 엄벌 촉구

택시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목격자까지 들이받은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 6월26일 새벽 경기 화성시의 한 도로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나무를 들이받고 도주하는 모습. 오른쪽은 바퀴 등이 빠진 피해 차량. KBS 보도화면 캡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정윤섭)는 지난 8일 살인, 살인미수, 절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1)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A씨에게 사형과 함께 30년간 전자장치 부착 및 5년간 보호관찰 명령,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목적지 경로를 두고 말다툼하다가 이유 없이 피해자를 흉기로 수십 회 찌르고, 피해자가 살려달라며 흉기를 빼앗았음에도 다른 흉기를 꺼내 계속 찔러 살해해 그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이후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목격자인 다른 피해자들을 살해하려고 차로 이들을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룸미러로 본 것에 화가 나 범행에 이르렀다고 변명하면서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6월26일 오전 3시27분쯤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 한 도로에서 60대 택시기사 B씨를 미리 가지고 있던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택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주 과정에선 흉기 살해 현장을 본 마을 주민 2명을 잇달아 차로 쳐 각각 골절과 타박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도로를 질주하던 택시가 경찰에 신고하던 목격자 2명을 연달아 치고 달아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다급히 마을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주택 울타리를 치고 나무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바퀴 없는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다” “택시가 사람들을 치고 다닌다” “택시기사가 쓰러져있다” 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 1시간여 뒤인 오전 4시40분쯤 서울 서초구로 달아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가 몰고 다니던 차량은 운전석 쪽 앞바퀴 등이 펑크 난 상태였다. B씨 택시 안에서 발견된 A씨 가방에서는 흉기 3점이 발견됐다. 당시 그는 손 부위를 자해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에서 체포된 A씨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내가 알려준 대로 B씨가 운전했으나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30분간 헤맨 끝에 실랑이를 벌이던 중 B씨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흉기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챙겨 다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사 결과 그는 사건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C양이 자신의 집에서 위험에 처했다는 연락을 받고 B씨 택시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C양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흉기 3점을 챙겨 B씨가 모는 택시를 타고 C양이 알려준 장소로 갔으나 그곳은 국회의사당이었다.

 

C양의 거짓말에 화가 난 A씨는 다시 B씨 택시를 타고 자신이 예전에 살던 화성시로 이동했는데 이 과정에서 길을 헤매면서 B씨와 말다툼이 생겼다. 이후 A씨는 자신의 가방에 있던 흉기를 사용해 B씨를 살해했고 택시를 훔쳐 비명을 듣고 나온 주민 2명을 충격한 뒤 도주했다.

 

그는 범행 두 달 전 조모를 상대로 강도 범행을 저질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에 앞서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기분 나쁘게 쳐다봐 화가났다”며 또 다른 인격체인 ‘한울’이 범행을 지시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냐”는 검사 질문에 “거울로 계속 째려봤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택시비를 낼 생각은 있었냐”는 질문에는 “아버지나 누나에게 빌려서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목격자 2명을 택시로 친 이유에 대해선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택시를 타고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가 극단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A씨가 피해자인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훔쳐 도주한 택시. 범퍼와 유리창 등이 손상돼 있다. YTN 보도화면 캡처

 

최후변론에 나선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정신병력으로 인한 망상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신감정 결과 지적 수준이 매우 낮고 사고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다른 인격체에 의해 조종을 당하고 있는 망상 등의 정신병력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A씨에게 “피고인 안의 또 다른 인격체가 나와서 피해자를 죽이라고 한거냐”고 하자 재판을 방청 중이던 유족이 “무슨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변호인이 또 “극단 선택을 하려던 시도도 여러 차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다른 인격체가 시킨거냐”고 하자 A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극단 선택 시도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인은 평소 망상도 보이는 거 같은데 교도관에게 폭언을 들었다고도 했다. 어떤 폭언이었냐”고 묻자 A 씨는 “교도관이 나의 눈을 뽑아 죽인다고 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도 A씨에게 “피해자에게 두 번째 흉기를 들이밀었을 때 피해자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했다. A씨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은 “반성하는 모습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며 “자신의 죄를 감추는 것만 보여 더 화가 난다. 끝까지 우리 가족을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드시 저희가 받은 피해 이상의 벌에 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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