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獨 가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가자 지구 전쟁을 거치며 소원해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서다. 다만 메르츠는 네타냐후의 독일 답방을 위해 그를 베를린으로 초청하는 것에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는 네타냐후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총리를 베를린으로 초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도 “물론 독일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나를 상대로 발부한 체포영장 탓에 그러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ICC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체포영장 발부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2년 넘게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 7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ICC는 2024년 11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해를 전쟁 범죄로 규정하며 네타냐후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ICC 설립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이 아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ICC 협약 당사국이 아닌 미국은 체포영장 발부를 맹비난하며 ICC 소속 재판관 및 검사들에게 제재 조치를 내렸다.
독일은 ICC 협약 당사국이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독일에 입국하면 그를 체포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신병을 인계해야 하는 국제법적 의무를 진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앞서 여러 차례 “우리가 이스라엘 총리를 체포할 의향은 없다”고 밝혀 네타냐후의 독일 방문을 허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더라도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지도국으로서 국제 인권 단체 등으로부터 ‘국제법을 어기고 ICC의 권능을 무시한다’라는 지적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원죄 때문인지 독일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강력히 지지해왔다. 홀로코스트란 2차대전 기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유럽 전역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 약 600만명을 학살한 범죄로, 독일 입장에서는 최악의 ‘흑역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자 지구 전쟁이 장기화하고 팔레스타인 주민 희생이 늘면서 독일 정부는 네타냐후 정권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메르츠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확전으로 민간인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무기를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메르츠는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라며 독일·이스라엘 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것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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