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 심사 부담이 동시에 커진 ‘이중고’”
연말 금융권에서 또다시 ‘대출 절벽’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묶여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아파트 잔금이나 갈아타기를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은 자금난에 직면했다.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이들 역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갈 데 없는 ‘대출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목표치 초과에 ‘셧다운’…연말까지 동결 가능성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7조8953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목표치(5조9493억원)를 이미 33% 초과했다.
문제는 ‘6·27 부동산 대책’ 이후 금융당국이 하반기 대출 목표치를 절반으로 축소했지만, 은행들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목표 초과 시 이듬해 대출한도 축소라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서둘러 대출 창구를 닫는 모습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창구를 열어둘수록 내년 영업이 제한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선제 조치”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잔금 앞두고 ‘발 동동’…2금융권도 이미 문턱 높아
은행권 주담대 중단의 여파는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다. 이미 계약을 마친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할 위기에 놓인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는 금리가 높은 지방은행·인터넷은행·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전전하고 있다. 이들 또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 접근성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 소비자금융 전문가는 “2금융권도 연체 리스크를 의식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며 “금리 부담과 심사 부담이 동시에 커진 ‘이중고’”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대출 문을 걸어잠근 가장 큰 이유는 총량 초과다. 당국이 총량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상 은행들은 연말까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주담대가 막히면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다. 잔금 대출이 안 되면 정상적인 실거래도 무산될 수 있어 거래 절벽을 가속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 “총량 규제의 원칙 vs. 실수요자 보호의 딜레마”
2금융권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럽지만, 고금리층으로 갈수록 연체율 상승 위험이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취약차주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총량 기준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주거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실수요자까지 대출을 막는 것은 정책 조정 부족에 따른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목표치 초과를 이유로 일괄적으로 대출을 중단한 것은 시장 기능의 왜곡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행별·상품별 탄력적 관리가 가능했다면 실수요자 피해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 절벽’은 연말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1월 초 목표치가 리셋되면 공급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상황은 일시적 조정 국면으로 볼 수 있다.
한 리스크 관리 전문가는 “목표치를 초과하면 은행은 내년 영업에 제약이 생긴다”며 “지금의 보수적 대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연말 볼륨조절은 매년 반복될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출 시장 경색의 첫 피해자는 실수요자, 특히 신혼부부·청년·무주택자다. 총량 규제를 유지해도 취약계층 예외 규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다시 풀릴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중단은 영업적 판단이 아닌 규제 준수 목적”이라며 “이미 목표치를 넘긴 상황에서 더 이상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대출 리셋’ 1월을 기다리는 시장
금융권은 이 같은 대출 경색이 12월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가 되면 은행의 대출 총량 기준이 새로 설정되는 만큼, 1월부터는 공급 여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유지되는 정책기조 속에서 비슷한 ‘대출 절벽’은 향후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권이 대출을 사실상 멈추면서 실수요자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출 중단 여파로 2금융권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들 역시 심사를 강화하며 문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출 절벽이 연말 특성상 일시적”이라며 “내년 초부터 시장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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