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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망각 벗으려면 고통 기록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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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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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상 소설 ‘후리’ 작가 카멜 다우드 방한 기자간담회

알제리 내전 속 살아남은 여성
죽음에서 삶 향하는 여정 담아
“소설은 대답 대신 질문을 제시
가장 끔찍한 죽음은 잊히는 것”

“제도화된 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글과 증언을 통해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잊지 말고 고통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가장 끔찍한 죽음은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죠.”

 

알제리 내전(1991~2002)의 상처와 그 이후 강요된 침묵을 정면으로 응시한 소설 ‘후리’로 지난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은 카멜 다우드(사진)는 3일 소설 창작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공쿠르상을 받은 카멜 다우드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1970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기자이자 작가인 다우드는 ‘뫼르소, 살인 사건’으로 2015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이번에 세 번째 장편 ‘후리’로 2024년 공쿠르상을 거머쥐었다. 알제리 작가가 공쿠르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다우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존자가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극복하고, 삶을 사는 사람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만큼 매우 보편적”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수상작 ‘후리’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오브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1999년 12월31일부터 2000년 1월1일 이틀 사이에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의 생존자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밤,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된 채 기적적으로 가족 중 홀로 살아남고, 그날의 상처로 육성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게 된다.

 

이야기는 오브가 뱃속의 아기, ‘후리’라고 이름 지은 딸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한다. 그는 뜻밖에 찾아온 아이를 두고 고뇌에 빠진다.

 

여성의 삶이 고통인 이곳에, 역사의 비극을 깨끗이 지운 이 나라에 아이를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오브는 답을 찾기 위해 충동적으로 학살 현장으로 순례를 떠나게 된다. 모든 악몽이 시작된 마을로, 학살의 현장으로….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알제리에선 ‘국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금서로 지정됐지만, 책은 60만부 넘게 팔렸다. 알제리 정권은 급기야 내전의 언급 자체를 금하는 자국 헌법에 근거해 다우드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도화된 망각’의 강요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다. 내전 동안 일어난 폭력에 더해지는 또 다른 2차 폭력”이라고 비판한 뒤 “망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지우려 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이기도 한 다우드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다면 논문이나 에세이, 기사를 쓰지만,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할 때는 소설을 쓰게 된다. 소설은 대답 대신 질문을 제시한다”며 “소설에선 인물들이 그 모순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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