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싸서 혹∼했다, 추가비에 헉!… 텅 빈 ‘공공 예식장’ [S스토리-지자체 공공예식장 ‘불편한 진실’]

관련이슈 S 스토리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12-06 15:14:24 수정 : 2025-12-06 21:23:45
안동=배소영 기자, 전국종합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저렴한 대관료 긍정 평가 불구
부대비 부담에 계약 거의 없어
대구 8곳 ‘제로’… 울산·공주도

회의실·강당 그대로 식장 사용도
“셀프 꾸미기 엄두 안 나 민간 이용”
전문가 “양보단 질… 집중 투자를”

예식비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신혼집 구하기에다 결혼식 비용까지 대느라 예비부부는 결혼 시작도 전에 ‘인생 최대 대출’을 하기 일쑤다.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결혼 물가가 급등하자 예비부부를 중심으로 ‘가성비 웨딩’ 바람이 거세다. 결혼식에 부담을 느낀 예비 신혼부부 사이에서 값비싼 웨딩홀 대신 공공예식장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공공예식장은 선택의 폭이 좁은 데다 공간만 대여해주는 곳이 대부분이라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관료가 저렴하긴 하지만 식대와 주차비, 인건비 등을 고려한 총비용은 일반 웨딩홀에서 치르는 결혼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예식장 사실상 개점휴업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공공예식장 확대 등 예비부부 예식비용 절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예비부부의 예식 부담을 덜어줘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국 결혼 평균 비용은 2160만원이다. 소비자원이 지난 9월 기준 전국 14개 지역 결혼서비스 업체 504곳을 조사한 결과다. 미혼 남녀가 결혼을 늦추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75.5%)이다.

 

지자체는 저마다 공공예식장 이용률을 높이고자 지원 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혼인율은 출산율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예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예비부부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전국적으로 공공예식장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 처음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예비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세종시는 공공예식장을 이용하는 부부에게 예식비로 150만원을 지급하고, 인천시도 부부당 결혼식 비용 100만원을 지원한다. 울산시는 올해 1억원을 들여 공공예식장을 이용하는 20쌍의 예비부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전남 나주시의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신부가 입장하고 있다. 나주시 제공

실제로 공공예식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이용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은 많다. 올해 부산시가 추진한 결혼문화 인식조사 결과 ‘향후 공공예식장을 이용하거나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2.2%에 달했다. 청주시가 지난 1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85.8%가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활용한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가 실제 공공예식장 이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공공예식장을 개방하고 있지만 예비부부의 발걸음이 뜸한 곳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0건’인 곳도 수두룩했다.

 

대구에서는 최근 5년간 공공예식장 8곳에서 예식이 열린 적이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은 3곳의 공공예식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이용 실적은 ‘0건’에 머물고 있다. 충남 공주에 있는 충남교육청연수원은 예식장 대여를 하고 있으나 올해 들어 예식이 1건도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결혼식이 지난해 0건이었던 충북 청주시 미동산수목원은 올해 1건의 예식만 치렀다. 10곳의 공공예식장을 운영 중인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예식장을 개방했으나 수년째 0건인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트 없다”… 부대비 더하면 거기서 거기

 

공공예식장을 고려하던 예비부부들이 결국 민간 업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저렴한 대관료에 솔깃해 공공예식장을 알아보지만 주차와 식대, 인력 수급 문제 등 예비부부가 해결해야 할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대관료만 저렴하지 부수비용이 많이 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계약이 망설여진다는 의견도 많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공공예식장은 웨딩홀을 꾸미지도 않은 채 덜렁 예식 공간만 대관해 주는 곳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힌 대구에 사는 강민석(37)씨는 “공공예식장 대부분이 회의실이나 강당, 공원 내 장소를 예식장으로 임시 전환해 사용하는 수준이더라”며 “텅 빈 공간을 부부가 다 채워 넣어야 해 차라리 돈을 좀 주더라도 민간업체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신부대기실부터 의자·테이블, 음향·조명·스크린은 물론 결혼식을 도와주는 직원도 따로 구해야 해 하나부터 열까지 결혼 당사자들이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차나 식사도 공공예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공공예식장을 고민하던 김모(40)씨는 “하객 주차 공간이 30대 정도로 협소한 데다 출장뷔페를 부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 결혼식 당일에 이것저것 챙길 엄두가 나지 않아 공공예식장을 이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월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예식장인 충렬사에서 전통혼례를 올린 정모(41)씨도 “공공예식을 전문으로 하는 결혼업체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프로그램도 천편일률적”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서울의 웨딩박람회를 찾은 예비부부가 드레스 등 결혼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자체들이 ‘보여주기’식 공공예식장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처럼 지자체가 단순히 공간만 대관해 주는 방식으로는 공공예식장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영영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공공예식장은 단순히 수를 늘린다고 이용률이 늘진 않을 것”이라며 “단 몇 군데라도 집중 투자해서 실질적으로 비용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부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예식장이 예비부부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과 같이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공공예식장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가을 '상큼 발랄'
  • 아이브 가을 '상큼 발랄'
  • 원지안 '매력적인 손인사'
  • 신민아 '눈부신 미모'
  • 전도연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