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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정치 1번지’ 경기도의 행보 달랐다?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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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4 10:51:41 수정 : 2025-12-04 20:45:55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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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회의 소집하고, 청사 폐쇄 거부…도의원들 여의도로 향해
김동연 지사 결단…단호한 대응·‘탄핵’ 앞세워 지방정부 운영
‘탄핵’ 1인 시위…‘이태원 참사’ 이후 尹 정부와 각 세우며 투쟁
金 “내란 세력 청산 책임 다하겠다”…1년 맞아 SNS에 글 올려
탄핵·계엄 사태로 위축된 골목상권…경기도, 수백억 통 큰 세일
‘트럼프發 관세 폭풍’ 美 주지사들에 긴급 서한…도비 긴급 지원
李 대통령 ‘극저신용대출’ 이어받아 사업 확대…국가 정상화 일조
#1. “내란수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누구도 내란종식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을 겁니다.” 지난 1월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이곳에서 얼굴을 마주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현장에 머물던 김 지사는 “내일 개막하는 WEF에서 전 세계 경제지도자들에게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굳건하다는 점을 자신 있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할 일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김 지사는 같은 달 21일(현지시간) 팜 밍 찡 베트남 총리, 간킴용 싱가포르 부총리 등과 30분 단위로 면담을 이어갔다. 이어 세계 주요 언론 관계자들 앞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 상황과 경제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내 정치·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주요 국가의 칼럼니스트, 원로 기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론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한 직후에는 “(고어 전 부통령이) 세계적으로 번지는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그에게) 한국 민주주의가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지사의 명함에는 ‘한국경제를 믿어달라’는 뜻의 ‘Trust in Korea!’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2.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헬기를 탄 군인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점거에 나서며 긴박한 순간이 이어졌다. 김 지사와 도청 직원들 역시 숨 막히는 시간을 보냈다. 김 지사는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1시30분쯤 수원 광교 청사의 집무실로 복귀했다.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4일 0시20분쯤 시작된 대책회의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도민에게 공개됐다

김동연 지사가 지난해 12월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당시 정부는 계엄 절차에 따라 도청 폐쇄를 요구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대국민 메시지는 시시각각 나왔다. 계엄 선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비상계엄은 내용이나 절차에서 분명한 위헌”이라며 “정부의 도청 폐쇄 요청을 단연코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곧 국회가 헌법과 정해진 절차에 의해 계엄을 해제할 것을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의 반헌법적 조치를 국민이 막을 것”이라며 “분연히 맞섭시다”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 “대한민국을 45년 전으로 돌린 폭거, 비상계엄을 해제하라. 대한민국은 정녕 1979년으로 회귀하는가.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 편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21일(현지시간)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다보스포럼의 ‘미디어 리더 브리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한국의 계엄·탄핵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다보스에선 ‘Trust in Korea!’…한국경제 신인도 지키려 노력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핍박받던 지방자치단체장’. 수도권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지사를 이르던 말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여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은 곧바로 ‘비협조’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양한 도내 행사에 사실상 참석하지 못하면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김 지사는 언제부터 미운털이 박혔던 것일까.

 

마찰음은 김 지사가 취임한 2022년 말부터 불거졌다. 이듬해 6월까지 전국 시·도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와 잇따라 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정부의 기세가 등등했던 시절, 정부 지원을 고려하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김 지사는 결국 협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국민통합위의 정치적 악용을 우려한 판단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지난해 말 외국 정·재계 인사들에 보낸 긴급 서한. 경기도 제공

전임 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치 1번지’로 떠오른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계엄 당시 눈에 띄게 빠른 대응에 나섰다. 도 집행부와 도의회 수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지사는 도청을 지켰고, 민주당 도의원들은 여의도 국회로 향해 계엄 해제를 도왔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지루한 시간도 이어졌다. 계엄 선포 이튿날 김 지사는 그동안 자신이 교류해온 외국의 정상,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 외투기업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주말마다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던 그는 1인 시위에도 나섰다. 김 지사의 SNS에는 “경제·민생을 바로 잡는 답은 (윤 전 대통령의) 즉각 체포, 즉각 탄핵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계엄 이후 1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기도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선 탄핵·계엄 사태로 위축된 골목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통 큰 세일’을 진행했다. 시·군과 함께 예산을 지원해 가라앉은 골목상권에 마중물을 부은 것이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 참석 뒤 귀국길에 오른 김동연 지사가 ‘Trust in Korea!’란 문구가 적힌 명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상도 기자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이 현실화한 이후에는 김 지사가 미국의 주지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도내 자금을 긴급 편성해 고비를 넘기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이 시작한 극저신용대출을 이어받아 사업을 확대 편성하는 데 앞장섰다. 모두 대한민국 정상화에 앞장선 일이었다. 

 

김 지사는 12·3 비상계엄 1년이 되는 3일 “공직자로서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에 주어진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겨울의 광장을 기억한다. 굳게 맞잡은 손과, 함께 들어 올린 응원봉으로 서로가 빛났던 모든 순간이 선명하다”며 “그날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로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시작된 빛의 혁명은 내란수괴 대통령의 탄핵과 국민주권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2·3 내란은 광기 어린 권력이 자신을 스스로 파괴한 사건이자 끝내 완벽히 단죄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끝까지 기억하고, 분노하고, 행동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주 후보 적합도 김동연 35%·추미애 15%…국힘은 유승민 26.8%

 

이날 김 지사는 잇따라 SNS 메시지를 내며 국민의힘의 대응을 비판했다. “두 귀를 의심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내란을 옹호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후 7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에 참석한 뒤에는 “내란이 완전히 청산되는 그 날까지, 우리의 분노도 끝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4일 경기일보가 공개한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35.0%로 오차범위를 벗어나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어 추미애 의원 15.0%, 한준호 의원 9.2%, 김용민 의원 6.3%, 김병주 의원 6.3%, 강득구 의원 1.5% 순이었다. 김 지사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수위를 달렸다. 

김동연 지사 SNS 캡처

진보층(35.2%)과 중도층(36.0%), 보수층(36.1%)에서도 모두 가장 높은 지지율을나타냈고, 정당별 선호도에선 민주당(31.9%), 국민의힘(43.7%), 개혁신당(59.5%) 지지층에서 1순위로 꼽혔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26.8%로 1위였다. 이어 한동훈 전 대표 15.5%, 김은혜 의원 14.3%,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8.3%, 원유철 전 의원 1.5%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경기일보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29~30일 만 18세 이상 남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한 결과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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