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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견’하던 육종에서 ‘설계’하는 육종으로

입력 : 2025-12-03 11:14:59 수정 : 2025-12-03 11: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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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 AI가 주도하는 ‘신(新) 종자 패권’
최유철 법무사(한국농업경영인회 의성군연합회 법률고문)

농사는 씨앗에서 시작된다.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더 크고, 더 맛있는 열매를 맺는 씨앗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견한 이후에도 새로운 품종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10년에서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수만 번의 교배를 거쳐 우연히 나타나는 ‘돌연변이 행운’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이제는 품종을 ‘발견’하던 시대에서, AI로 정밀하게 ‘설계’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AI 기반 품종 개발(디지털 육종)은 유전자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종의 ‘생명 공학 코딩’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씨앗을 심고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결과를 알 수 있었지만, AI는 식물의 유전자 지도(게놈)와 환경 데이터를 학습해 컴퓨터상에서 가상 재배를 수행한다. 어떤 유전자 조합이 가뭄에 강한지, 어떤 배열이 특정 병해충을 막아낼 수 있는지를 순식간에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수십 년이 걸리던 육종 기간을 불과 3~5년으로 단축하고, 성공 가능성도 크게 높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종자 공룡 기업인 바이엘(Bayer)이나 신젠타(Syngenta)는 이미 AI를 활용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슈퍼 종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말라 죽지 않는 옥수수, 농약을 치지 않아도 해충을 이겨내는 콩이 실험실 데이터 속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는 식량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서늘한 공포를 안겨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바로 ‘종자 패권(Seed Hegemony)’ 문제다.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AI 기술력을 앞세운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나 국가가 우수 품종의 특허를 독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매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그들의 씨앗을 구매해야 하는 ‘종자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 기술력의 격차가 곧 식량 안보의 위기로 직결되는 순간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농업은 ‘디지털 육종’ 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우수한 ICT 인프라와 유전자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종자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유전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육종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K-종자 클라우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농민들은 관행적인 품종에만 의존하기보다, 기후 변화에 맞춰 개발된 신품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피드백을 주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씨앗은 생명의 쌀이다. AI 품종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의 밥상을 지키는 일이자, 국가 경쟁력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앞으로 농업의 경쟁력은 흙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글: 최유철 법무사(한국농업경영인회 의성군연합회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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