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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모르는 지원정책의 말로… 정부, 결국 대출한도 4배로 올린다

입력 : 2025-12-03 07:59:02 수정 : 2025-12-03 07:59:01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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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두 배로 늘리고 집행은 0.6%… ‘실효성 부재’ 드러난 생활안정자금
고용노동부가 집행률 0.6%에 그친 생활안정자금 이차보전 사업을 뒤늦게 손보기로 했다.게티이미지뱅크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돕겠다며 정부가 운영해온 ‘생활안정자금’ 사업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차보전 방식의 대출은 올해 예산 30억원 중 고작 1900만원(집행률 0.6%)만 쓰인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만들어놓고 예산만 쌓아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가 행정예고한 ‘근로복지사업 운영규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뒤늦게 손보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그동안 혼례비·양육비 등을 저리로 빌려주는 두 가지 형태의 생활안정자금을 운용해왔다. 하나는 정부가 직접 금리를 낮춰 제공하는 대하(代下) 방식, 다른 하나는 민간대출 금리의 일부를 사후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차보전 방식의 정책 설계가 처음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대하 방식은 최대 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고 금리도 연 1.5%로 낮아 이용률이 77%에 달했다. 반면 이차보전 방식은 대출 한도가 500만원, 금리도 대하 방식보다 높고 지원 절차도 까다로웠다. 지원 조건은 덜 까다로운데 아무도 쓰지 않는 아이러니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 이차보전 방식 예산으로 30억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20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은 5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정책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분석보다 예산 늘리기가 먼저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혼례비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 평균 결혼비용이 4854만원(듀오 조사)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500만원 한도만 고수해왔다. 결혼박람회 현장 등에서는 ‘500만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이라는 지적이 수년째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제야 한도를 2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양육비 대출도 마찬가지다. 자녀 한 명 키워도 초기 1~2년 육아비만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현실에서, 정부는 7세 미만 자녀에게 500만원 한도만 제공하는 ‘실효성 낮은 지원’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뒤늦게 이를 2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지원 대상을 18세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차보전 방식에서는 장례비나 노부모 부양비 등 실제 저소득층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항목들이 제외돼 있었다. 대하 방식에는 포함돼 있는 항목을 다른 방식에서는 빼놓은 셈이다. 두 제도를 따로 설계해놓고 기준을 정합성 없이 운영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는 현장 지적이 쏟아지자 뒤늦게 조건을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예산 편성과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이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제대로 닿지 않고, 사업은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머물렀던 셈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조건을 그대로 두고 예산만 늘리는 방식의 정책 운영은 결국 국민의 불편과 행정 비효율만 키운다는 지적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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