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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마시다 ‘살살’ 굳는 간… “하루 2잔 넘지 마세요” [건강+]

입력 : 2025-12-01 06:00:00 수정 : 2025-12-01 06:45:43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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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알코올성 간질환’ 비상

성인 月 폭음률 5년 평균 40% 육박
과도한 음주, 간염·간경변증 등 유발
질환 생겨도 증상 못 느껴 발견 늦어

적은 양 자주 마셔도 간 건강에 위협
일주일에 며칠 정도 간에 휴식 줘야
간장약·숙취 해소제 등 과신도 금물

송년회와 회식으로 캘린더가 빼곡해지는 12월이다. 거듭 채워지는 술잔에 가장 먼저 지치는 장기는 바로 ‘간’이다. 과음이 반복되면 단순 지방간을 넘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 각종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만성 간질환의 원인 가운데 만성 B형 간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연말일수록 음주량과 횟수를 줄여 ‘간의 여유’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침묵의 장기’가 무너지는 한잔

지난달 30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4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월간 폭음률(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여성 5잔 이상 음주)은 2018년 38.9%, 2019년 38.7%, 2020년 38.4%, 2021년 35.6%, 2022년 37.4%로 최근 5년 동안 평균 38% 수준을 오르내렸다. 또 성인 남성 두 명 중 한 명, 여성 네 명 중 한 명꼴로 월 1회 이상 폭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음주는 간의 지방 합성을 촉진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를 방해해 지방간을 유발한다. 정상 간에는 약 5% 정도만 지방이 존재하지만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간이 된다. 초기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하면 4∼6주 후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도 계속 술을 마시면 20∼30%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때는 무력감과 피로감이 심해지고 발열, 오심·구토, 식욕부진,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가 음주를 지속하면 간섬유화가 진행돼 간이 딱딱해지고 간 기능이 소실되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38∼56%에 달한다. 특히 간경변증 환자 중 7∼16%는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간은 ‘침묵’한다는 점이다. 간질환의 상당수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상승이 발견되거나 복부 초음파에서 지방간·간경변 소견이 포착되면서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혈액검사를 일부 항목만 시행하면 정확한 간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검사 당시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가 나중에서야 간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라고만 들었다’는 말은 아직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손상이 시작됐다는 경고에 가깝다.

◆‘하루 2잔 이하·회식 줄이기’… 연말 음주 수칙

안전한 음주량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끊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단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 간질환 환자가 음주를 지속하면 어떤 약을 투여하더라도 간이 지속적으로 손상된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증 간염·간경변증이더라도 금주하면 질병의 진행을 막고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일부에서는 금주를 해도 간섬유화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간경변증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간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유전적 요인·성별·영양 상태·동반 질환 등에 따라 간이 견딜 수 있는 알코올양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은 하루 4잔, 여성은 2잔 이상이면 간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본다. 통상 한 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양은 맥주 300㎖, 와인 100㎖, 소주 63㎖ 정도로 비슷하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음주하다 보면 남녀의 차이도 있고 항상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주류별로 해당 잔으로 하루 2잔 이하만 마시는 것이 안전한 음주”라고 조언했다.

양뿐 아니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도 중요하다. 적은 양을 계속 마시는 습관적인 음주도 결과적으로는 폭음 못지않게 간 손상을 부를 수 있다. 신 교수는 “적은 양을 지속해서 마시는 것도 같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음주의 횟수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불가피한 자리 외에는 최대한 술자리를 줄이고, 일주일에 몇 날은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술 없는 날’을 정해 간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안주 선택도 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 덜 취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상황에서 음식을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모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주와 함께 튀김·기름진 고기 등 고칼로리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지방간 위험이 높아진다. 술을 피하기 어렵다면 채소류·단백질 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편이 낫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까지나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다.

간장약이나 숙취해소제에 대한 과신도 금물이다. 간 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면 간 수치가 일시적으로 나아 보일 수는 있지만, 이미 마신 술 자체를 보상해 주지는 못한다. 숙취에 좋다는 음식들도 대부분 두통·메스꺼움 등을 심리적으로 완화해 주는 수준일 뿐, 손상된 간세포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체질인데도 주량을 억지로 늘리려 하다가는 간 손상 위험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예전에는 잘 마셨는데 최근 들어 조금만 마셔도 유난히 힘들다면 이미 간 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늦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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