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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다리춤이 손짓춤으로…박정민, '수치의 역사'는 어떻게 '운치의 역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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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9 13:41:31 수정 : 2025-11-29 13: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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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은 '유행어'가 됐다.

 

지난 19일 '제 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선보인 그룹 '마마무' 멤버 겸 솔로 가수 화사의 축하무대가 시발점이다. 화사가 지난달 발매한 신곡 '굿 굿바이(Good Goodbye)'를 부르는 도중에 객석에 앉아 있던 박정민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화사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나왔다.

 

무대 위에서 화사의 리드에 다정하게 맞춰주던 그의 눈빛에 대해 '유죄'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건 연기(演技)의 생기(生氣). 4분 가까운 영상이 영화로 옮겨졌다. 막판 "구두 가져가"라는 박정민의 추가 멘트는 멜로가 로맨틱 코미디가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무대의 마지막에 화사의 손짓에 맞춰 자신 역시 손짓을 하는 담백한 춤은, 어색하지 않게 절제된 '신사의 품격'이었다.

 

출판사 창비가 최근 출간한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겨울호'에 실린 박정민의 신작 산문 '수치심의 역사'의 한 부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정민은 출판사 무제 대표로, 작가이기도 하다.

 

멋들어진 손짓춤을 보여준 박정민도 개다리춤을 추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 때 청주 이모집에서다. 이모들이 모인 어느 날 "오백원 줄 테니까 춤 한번 춰봐라"라고 이모가 제안했다. 500워은 어린 그에게 일종의 유혹이었다. 내성적인 인간인 박정민은 눈을 '질끈' 감고 짧은 순간 고민했다. 당시 박정민에겐 거금의 돈이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좌우로 거세게 떠는 동시에 다리 앞으로 손을 엇박으로 교차하며 전형적인 '개다리춤'을 구현했다.

 

박정민의 그 때 문제는 개다리춤이 어떻게 끝나는지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멋진 피날레로 좌중을 압도하고 싶었지만 본 적이 없어 같은 율동을 규칙적으로 반복했다"는 게 박정민의 기억이다. 결국 이모들의 웃음은 점점 잦아들었고 "망해버린 무대에 선 고독한 댄서의 마음에는 인생 처음으로 수치심이라는 것이 찾아왔다"고 했다. 박정민은 적선처럼 500원을 받았지만 그 순간 결심했다. "다시는 누군가의 앞에서 춤을 추지 않겠다"고.

 

이후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수많은 부끄러움을 겪은 박정민은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 "'나설 거면 잘하기'를 명심"한 것이다. 그런데 그건 자신의 삶을 수용하는 경지에 이른다. "쪽팔리기 싫어서 몸부림쳤던 그 모든 것들의 결산이 나의 오늘이고 내일"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불가능의 벽에 또 부딪히고 거듭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는 '징글징글한 집착'은 곧 자신이 편히 자기 위해서, 편히 꿈꾸기 위해서로 수렴한다.

 

이건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의 역사다. 개다리춤을 췄던 자신마저 사랑하는 용기. 그건 수치(羞恥)를 이겨낸 운치(韻致)의 역사다.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는 것보다, 스스로 떳떳한 게 중요하다.

 

이 대목은 또 박정민이 타이틀롤을 맡은 라이선스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12월2일 GS아트센터 개막)와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2012)로도 유명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소설(2001)이 원작. 소설은 소년 파이가 227일 동안 난파된 화물선에서 살아남아 구명보트를 타고 태평양을 표류하는 이야기다. 이 보트엔 파이와 리차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 호랑이만 남게 되고, 이건 두 가지 이야기를 파생한다. 환상 동화 같은 생존 이야기, 참혹한 생멸 이야기. 후자는 수치심을 동반할 터인데, 이는 앞서 많은 평론가, 독자들이 해석 했듯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돼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무엇이 된다. 그렇다. 이건 서사가 갖고 있는 힘이다. 박정민의 연기력과 그의 태도가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항상 열려 있어 스스로 서사화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간 독자, 청자, 관객에게 감상과 사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화사와 함께 한 '굿 굿바이' 무대도 그랬다.

 

박정민 효과는 대단하다. '굿 굿바이'는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등에서 역주행을 기록하며 톱100 1위를 장기간 지키고 있다. 시상식을 중계한 KBS 유튜브 엔터테인먼트 채널에 올라온 무대 영상은 9일 만에 약 600만뷰를 찍었다. 시상식 못지 않은 박정민의 눈빛을 간직한 뮤직비디오는 약 5000만뷰를 기록 중이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화사 효과이기도 하다. '굿 굿바이'는 화사가 작곡가 박우상(LOGOS)과 공동 작곡하고, 걸그룹 '바버렛츠' 출신으로 현재 화사와 함께 가수 싸이(PSY·박재상)과 이끄는 피네이션에 몸 담고 있는 안신애가 함께 작사했다. 템포가 있는 복고풍의 백보컬이 인상적인 팝 발라드로 레이디 가가 풍의 노래가 떠올리기도 하지만, 사랑의 이면적인 감정을 아련하게 풀어내는 건 화사의 그것이다. 게다가 화사는 이번 청룡 무대로 유행 감각도 확인했다. 누리꾼들은 화사가 유행시킨 목록에 곱창, 김부각과 함께 박정민을 올려놓았다. 박정민의 퍼스널 컬러는 화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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