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민간 주도 우주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어제 새벽 성공했다. 차세대 중형위성(차중) 3호와 큐브 위성 12기가 모두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다. 한국도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쾌거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조립을 총괄하고 항공우주연구원 주관의 발사 운용에도 참여한 건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는 2032년까지 누리호 발사를 책임지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나서게 된다. 주탑재 위성인 차중3호는 오로라 관측과 우주바이오 연구 임무를 맡고 12기의 큐브 위성도 기상관측, 해양플라스틱 탐지, 우주 쓰레기 소각 업무 등을 하게 된다. 우리도 민간이 부단한 혁신을 통해 우주 공간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길이 열린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이라지만 선발 국가보다는 수십 년 뒤처져 있다. 누리호 운송 능력은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고 기술 수준도 최강국 미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누리호의 발사비용은 kg당 2만4000달러로 미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팰컨9’(kg당 2000달러)의 12배에 이른다. 상업성·실용성 측면에서 누리호는 한참 모자란다. 국내 산업의 생태계도 취약하다. 시장이 워낙 좁고 일감도 부족한 탓에 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기 일쑤다. 손재일 한화대표가 “3차 발사 이후 4차까지 2년 6개월 동안 공백이 있어 산업 생태계 유지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우주 산업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미래 먹거리다. 우주는 과거 안보·군사를 넘어 경제·산업의 영역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에 이어 다음에는 우주기술이 5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누리호는 반복적인 발사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전문인력 양성 등 생태계 강화도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아낌없는 투자·지원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제 정부와 민간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빠르게 따라잡아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5대 우주강국 도약은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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