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도 천진항에서 렌터카 승합차를 몰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보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운전자 A(62)씨를 긴급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47분쯤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서 스타리아 승합차를 몰며 도항선에서 내린 뒤 빠른 속도로 달리며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렌터카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1명과 길을 걷던 7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등 3명이 숨졌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은 배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부웅’ 하고 급가속해 약 150m를 질주하며 사고를 냈다. 차량은 대합실 옆 도로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은 후에야 멈춰섰다. 경상을 입은 A씨는 전날 오후 9시 34분쯤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차량 RPM(엔진 분당 회전수)이 갑자기 올라갔고 그대로 차량이 앞으로 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동 감식 결과 A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은 이날 천진항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주변 방범카메라(CCTV)와 목격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 차량의 후방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함에 따라 역학조사를 벌여 증거를 수집하고 국과수에 차량 감정을 의뢰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급발진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차량 내 핵심 부품은 사고기록장치(EDR)다. 현재 차량 파손이 심하고 차량 내부에 사고기록장치가 있는데 현장에서 떼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차량을 싣고 우도에서 제주 본섬으로 옮겨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우도 렌터카 제한해야…안전시설 노후화”
사고를 낸 승합차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렌터카로, 운전자 A씨를 포함해 전라남도에서 제주도로 여행 온 세쌍의 부부가 타고 있었다. 인명 피해를 입은 8명의 보행자도 모두 배에서 내린 관광객이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부터 ‘섬 속의 섬’인 우도의 교통 혼잡 해소와 안전 확보를 위해 렌터카는 물론 대여 이륜자동차와 전세버스 운행을 엄격하게 제한해왔으나, 이번 승합차처럼 65세 이상 노인, 영유아, 장애인이 탄 렌터카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왔다.
지난 8월 제주도는 우도 안 차량 통행을 제한한 뒤 처음으로 관광객을 늘리겠다며 수소·전기차 렌터카와 16인승 전세버스의 운행을 허용했다. 대여 이륜자동차 등 통행제한도 모두 풀었다.
이날 제주도의회 제444회 제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동수 의원(이도2동을)은 “도항선에 렌터카를 타고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며 “또 천진항과 같이 차량과 사람이 밀집된 곳에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시설물 등을 설치하고 억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운전이 익숙한 사람도 도항선에서 차를 끌고 빠져나올 때 어려움이 있는데 운전이 서툴거나 도항선 탑승 경험이 적은 관광객은 어떻겠느냐”며 “도항선 바닥이 울퉁불퉁해 차량 페달을 계속 밟았다 뗐다 하다 보면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은 “지난 8월 우도 내 차량 운행 제한이 완화되고 나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차량 운행 제한 완화 조치에 대해 고민해야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우도 내 차량 운행 제한 조치는 1년만 유효하다”며 “1년이 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다”며 “제주도 해운항만과 등 관련 부서와 협력해 항만 시설 조사와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이계(二季)](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7/128/20251207508944.jpg
)
![[특파원리포트] 워싱턴 총격사건으로 본 美 현주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7/128/20251207508940.jpg
)
![[박영준 칼럼] 中·日 관계 경색과 한국 외교의 과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7/128/20251207508910.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정부에 위험스러운 존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7/128/2025120750892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