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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된 EBS 듣기 평가?…경기도교육청의 대안은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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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4 22:46:32 수정 : 2025-11-25 10:41:27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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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률 7% 그친 EBS 영어듣기능력 평가 2026년부터 중단
시·도분담금 미편성…“대체 프로그램 개발, 말하기 포함”
임태희 교육감 “방송으로만 듣고 시험을 치르는 건 잘못”
“대안 없는 폐지 반대…신중한 접근 필요” 반대 목소리도

취업을 준비했던 직장인라면, 혹은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꿈꿨던 학생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듣기 평가’의 굴레를 떨칠 수 없었습니다. 추억이라기보다 악몽에 가까운 기억이겠죠. 취업을 앞두고 서울 종로에 있는 학원을 오가며 ‘토익’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 들어선 다시 해외 연수를 위해 토익에 매달렸었죠. 계획했던 연수는 가지 못했지만요.

 

25년 전 종로의 한 토익학원에서 인상 깊은 ‘리스닝(청취)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찍기’ 요령을 가르쳤었죠. 질문에 특정 문구가 나오면 답변에는 특정 단어나 어순이 배치된다는 식입니다. 실제로 청취 능력이 얼마나 향상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리스닝 시험의 가장 큰 관건은 시험장의 스피커 상태였습니다. 학교나 교실마다 스피커 상태가 제각각이었고 이로 인해 시험장을 선택할 때면 새 스피커가 달린 신설 학교들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반대로 개교한 지 오래된, 낡은 스피커를 지닌 학교에서 리스닝 시험을 치를 때마다 ‘윙윙’거리는 소음과 울리는 발음 탓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토익 시험의 추억?…스피커 상태가 좌우한 듣기 평가

 

최근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 평가 도중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매년 수능을 치러왔던 학교였지만 3교시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했을 때 한 교실에서만 정적이 흘렀습니다. 28명의 학생은 당황했습니다. 감독관이 CD플레이어로 시험을 대체했지만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옆 교실의 다른 듣기 평가 소리까지 겹쳐 시험을 망쳤다고 반발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깃발. 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교육청이 매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치러온 EBS 영어듣기능력 평가를 내년부터 시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평가는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동 주관합니다. 학기마다 한 차례씩 시행 중입니다. 

 

2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최근 영어듣기능력 평가 사업을 제외한 시·도분담금 사업 편성 검토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 3880만원을 내년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영어듣기능력 평가 활용률이 떨어지는 점 △평가로 인해 다른 교과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경기지역의 전체 중고등학교 중 7%에서만 영어듣기능력 평가를 시행했고 이 중 3.5%만이 수행평가에 결과를 반영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대부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평가는 시험 당일 EBS 라디오를 통해 오전 11시부터 약 20분간 일제히 방송됩니다. 일부 학교에선 평가 결과를 수행평가 성적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왼쪽). 경기도교육청 제공

그런데 학교, 교실마다 다른 스피커 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방문한 한 학교에선 스피커 시설 개선에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며 호소했다고 합니다. 

 

임 교육감은 최근 도교육청 광교 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송으로만 듣고 시험을 치르는 건 잘못된 평가”라며 수능 영어듣기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수험생에 직접 영향…어떤 새로운 평가 나올까?

 

앞서 임 교육감은 올해 수능시험 다음 날인 지난 14일 “근원적으로 교육적 시각에서 영어 실력에 대한 적정한 지표, 소통역량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수능 영어듣기능력 평가의 변화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평가에 ‘말하기’가 빠져 소통이 중요한 언어의 역량 평가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죠. 선다형으로 치르는 시험의 한계도 언급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다른 형태의 인증 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교육부 등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소통과 관련해 말하기가 포함된 방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되며, 도교육청에서 새로운 형태의 영어 평가 개발을 주도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올해 1월21일 발표한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에도 기존 수능 영어듣기 평가 폐지가 포함됐습니다.

 

도교육청의 행보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수능 영어듣기 평가를 먼저 폐지할 경우 수험생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먼저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이자형(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입시학원 관계자들도 국어·수학과 함께 당락을 결정하는 과목인 영어의 듣기 평가 폐지에 앞서 납득할 만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선 학교 교사 가운데는 폐지보다 보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죠. 

 

경기도교육청이 준비한다는 새로운 형태의 영어 듣기·말하기 시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방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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