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실물 자산 ‘디지털화’ 거래
본회의 통과 땐 내년 초 시행 유력
금융투자업계 ‘동맹’ 구축 선점 경쟁
당국, 연내 최대 2곳 예비인가 방침
자본시장 혁신·창업 활성화 기대
美 시장 주도… 글로벌 경쟁력 밀려
“투자자 보호장치 등 마련 힘써야”
수백억원의 빌딩이나 수십억원의 명화를 적은 돈으로 소유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바로 자산의 지분을 ‘디지털 조각’으로 잘게 나누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토큰증권(ST)’을 통해서다.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허용됐던 조각투자는 국회가 관련 개정안을 본격 심사하면서 이르면 내년 초 제도권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토큰증권 법제화 관련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다음달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 시행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법안이 통과되면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서 법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게 된다.
토큰증권은 부동산과 미술품 등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증권이다. 기존 전자증권법이 중앙집중식 계좌부만 인정했던 것과 달리, 거래내역을 여러 참여자가 동일한 사본으로 나누어 보관하는 ‘분산원장’도 법적 장부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발행인이 거대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토큰을 발행할 수 있고 배당이나 정산절차도 자동화된다.
토큰증권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 기존에 주식이나 채권으로 발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들이 토큰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부동산과 미술품은 물론이고 선박, 항공기, 지식재산권(IP)도 토큰화가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선 보유한 무형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긴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한국은 아시아 토큰증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토큰증권이 자본시장의 혁신을 이끌어 경제 역동성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년 36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투자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장외거래중개업(유통플랫폼) 인가권을 두고 한국거래소(KRX)는 키움증권, 바이셀스탠다드 등과 손잡고 ‘KDX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신한투자증권, 뮤직카우 등과 함께 ‘NXT 컨소시엄’을 꾸렸고, 부동산 조각투자 전문 기업 루센트블록도 독자적인 컨소시엄으로 대항마로 나섰다. 금융당국은 최대 2곳에만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제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국회에서 법안이 잠자는 사이 미국은 블랙록이나 JP모건 등이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을 주도하며 앞서가고 있다”며 “K콘텐츠 등 한국의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유의도 필요하다. 시장 초기 거래량이 부족해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또 기초자산의 가치평가가 모호할 경우 거품 논란이 일 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비정형 자산을 다루는 토큰증권은 기업공개(IPO)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며 “단순히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에 휩쓸리기보다 투명한 자산평가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고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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