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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근무에 돌아온 건 檢개혁”… 올해 검사 161명 옷 벗었다

입력 : 2025-11-23 19:02:55 수정 : 2025-11-23 22:52:38
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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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서 불만… 10년 만에 최대치
10년 차 미만 저연차 52명 달해

정부조직법 통과가 사표 부채질
9월 47명 관둬… “사건 수사 붕떠”

‘항소포기’로 사기 저하 비판도
“업무가중 속 퇴직 더 늘 가능성”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 이후 이어진 이른바 ‘검찰 개혁’ 파고 속에 올해만 160명 이상의 검사가 옷을 벗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고치로, 검찰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저연차 검사들의 퇴직률이 예년보다 두드러지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23일 법무부와 국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퇴직한 검사는 161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퇴직자 수 132명을 넘어섰고 정권 교체기였던 2022년 퇴직자 146명보다도 많다. 특히 10년 미만 저연차 검사의 퇴직률 증가가 눈에 띈다. 올해 퇴직자 중 10년 미만 저연차 검사는 52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3분의 1(32.3%)을 차지했다. 최근 연도별 10년 미만 검사 퇴직자 수를 보면 △2021년 22명(27.8%) △2022년 43명(29.5%) △2023년 39명(26.9%) △지난해 38명(28.8%)으로 50명을 넘었던 적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퇴직자 중 47명은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9월 무렵 사표를 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청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연일 초과 근무를 하면서 밀려드는 형사 사건을 묵묵히 처리할 뿐인데 개혁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앞서 차호동 전 부장검사는 9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사직하면서 “전국적으로 4만건 가까운 형사 사건이 공중에 붕 떠 있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수십여개의 댓글들이 줄이어 달리기도 했다. 한 4년 차 검사(변호사시험 11회)는 “사명감 하나로 밤낮없이 기록 검토에만 몰두해온 형사부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저희 같은 일선 검사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속상하고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변시 8회)도 “저연차 검사들의 메신저 대화방은 뜨겁다. 모 정당 정치인들의 조롱 섞인 힐난을 공유하며 함께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고 어느 로펌의 채용 공고를 알리며 ‘지금이니?’를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 저연차 검사들은 오늘도 검찰청의 밤을 밝혀야 한다. 오늘부터는 어떤 마음으로 제 자리를 지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2026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의 기능을 이관하기 위해 신설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검사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저연차 검사들의 무기력감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한 지청장은 “저연차 검사들, 특히 항소의 중요성을 아는 공판 검사들은 검찰개혁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더 큰 반감을 갖는 것 같다”며 “사명감을 갖고 내린 결정이 정치적 논리로 흔들릴 수 있고, 그 결정으로 인해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거나 감찰·징계를 압박하는 상황도 검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새 지휘부는 신속한 사건 처리를 강조했지만,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에 100여명의 검사가 차출된 데 이어 ‘관봉권·쿠팡 의혹’ 상설특검에도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탓에 검사 인력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검사 개개인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심화하는 동시에, 업무량은 가중되는 내우외환이 닥치면서 연말까지 퇴직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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