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오류’ 논란이 일었던 2021년 세무사시험과 관련해 당초 점수 미달로 불합격했던 응시자들이 ‘뒤늦은 합격으로 손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021년 세무사 자격시험 응시자 A씨 등 18명이 시험 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년 9월 치러진 58회 세무사 자격시험은 2차 시험에서 채점이 일관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되며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와 감사원 감사 결과 세법학 1·2부 각 1문제에서 채점위원이 같은 답안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점수를 매기거나 채점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의 부실 채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인력공단은 2022년 8월 감사 결과에 따라 재채점을 진행한 뒤 기존 합격자 706명에 더해 추가합격자 75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점수 미달로 불합격했던 A씨 등 원고들은 재채점으로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A씨 등 37명은 뒤늦은 합격으로 1년간 얻을 수 있었던 소득만큼의 손해와 정신적 손해 등이 발생했다며 2022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 등의 업무 처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그렇다고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인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2심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공단이 채점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점이 일관성 없이 이뤄져 시험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었고, 처음부터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을 원고들이 불합격 처분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항소한 원고 18명에게 각각 3700만원을 배상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단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가가 시행·관리하는 시험에서 출제·채점 오류 등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외부 시험위원 위촉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출제·채점을 했는지,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됐는지, 적절한 구제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는 ‘같은 답안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했다’는 것일 뿐, 원고들의 답안에 최초 채점 당시에도 점수가 당연히 부여됐어야 하는지 심리된 바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최초 채점과 재채점 결과가 다르다고 해서 최초 채점 과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채점 공정성 논란이 일자 신속한 감사가 이뤄져 공단이 지체 없이 재채점을 실시하는 등 신속하게 구제 조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도 국가와 공단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사유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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