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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슴 쓸어내린 여객선 좌초… 바뀌지 않는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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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0 23:02:30 수정 : 2025-11-20 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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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스1) 박지현 기자 = 20일 목포해경이 전남 신안 해상에서 퀸제누비아2호 여객선 좌초 사고와 관련해 선체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5.11.20/뉴스1

그제 밤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선 좌초 사고는 많은 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뉴스 속보를 접하고는 세월호 때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해경의 빠른 출동과 조치로 사고 발생 3시간10분 만에 승객과 승무원 267명이 모두 구조됐다. 좌초된 선체도 예인선을 통해 바다로 다시 띄워졌고 자체 동력으로 목포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고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과거 인천∼제주 노선을 운항하던 ‘비욘드트러스트호’로 잦은 엔진 이상으로 총 6차례 운항 차질을 빚은 전력이 있다. 2023년 말 선사가 바뀌면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돼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됐다. 길이 170m, 너비 26m, 총배수량 2만6546t 규모로 최대 1010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대형 카페리다. 선체 결함 여부를 포함해 운항 허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운항 미숙 등 안전불감증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좌초 사고가 난 전남 신안과 진도 사이 바다는 사고 여객선이 날마다 두 차례씩 지나는 곳이다. 기상여건도 나쁘지 않았다. 멀쩡한 배가 정한 항로를 이탈해 무인도를 들이박고 좌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경 초기 조사에서 여객선 일등항해사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느라 수동 운항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선박 조종을 맡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선박은 항로변경 시기를 놓쳤고, 무인도로 돌진해 선체 절반가량이 걸터앉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해경은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등 2명을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사고 해역은 연안 여객선 항로가 집중된 좁은 수로로, 자동항법장치를 사용해선 안 되는 구간이다.

선장 역시 좁은 수로여서 조타실을 지켜야 했음에도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도 없었다고 한다. 119상황실에는 승객이 먼저 신고했다고 한다. 만약 배가 전복되기라도 했다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경실련이 어제 성명을 내고 이번 여객선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에 사후처벌 조항 외에 예방 규정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배경일 게다.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을 묻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재난은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지 않는다면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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