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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전으로 돌아온 도로공사 ‘우승 세터’ 이윤정 “이제 곧 서른이라니 시간 참 빨라요. 서른에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어요”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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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0 10:24:27 수정 : 2025-11-20 10:24:25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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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정훈 기자]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세터 이윤정(28)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수원전산여고(現 한봄고) 시절 MVP 수상 경력도 있지만, 2015~2016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수원시청에서 한참 활동하다 2021~2022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아 뒤늦게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시즌엔 백업 세터로 시작했지만, 이고은(現 흥국생명)을 밀어내고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차며 그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리고 프로 2년차였던 2022~2023시즌엔 시작부터 주전 세터로 활약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이끌었다. 이윤정에게도 ‘우승 세터’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순항하던 이윤정의 프로 선수 커리어는 2024~2025시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로공사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김다은을 지명했다.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과 세터 치고는 큰 키(1m78), 파워 넘치는 토스워크를 자랑하는 김다은을 두고 김종민 감독이 주전 세터로 기용하면서 이윤정에겐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2025~2026시즌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김종민 감독의 당초 청사진은 김다은 주전-이윤정 백업이었지만, 김다은이 비시즌 간 대표팀을 다녀온 뒤 난조를 보이면서 다시 주전 세터의 칭호는 이윤정에게 돌아왔다. 이미 프로 무대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봤던 이윤정은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토스워크로 모마-강소휘-타나차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잘 활용하며 도로공사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윤정은 지난 19일 화성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선발 출장해 도로공사의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모마(27.19%)-강소휘(28.95%)-타나차(21.93%)까지 삼각편대에게 고른 공격 점유율을 배분하며 상대 블로커들을 흔들었던 이윤정의 활약이 빛났다. 시즌 첫 경기 페퍼저축은행전 패배(2-3) 이후 8연승을 달린 도로공사는 승점 22(8승1패)를 기록하며 2위 페퍼저축은행(승점 16, 6승2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경기 뒤 리베로 문정원과 함께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윤정은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어 기쁘다. 어제 훈련에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했는데, 오늘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이윤정.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어떻게 견뎌냈느냐 묻자 이윤정은 “웜업존에 있는 시간이 길었지만,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다. 잠시 코트 위에 서는 기회가 주어지면 ‘기회를 잡아야지’라고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라면서 “보여줘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기회가 왔다. 이기는 경기를 더 많이 하고, 경기에도 더 뛰고 싶다.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라며 주전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터 이윤정으로서의 장점은 화려하진 않아도 기본기에 충실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자랑한다. 패턴 플레이에도 능하다. 양질의 리시브가 주어지면 다양한 공격수를 활용한다. 이날도 삼각편대의 활용이 돋보였다. 이윤정은 “오늘 상대의 낮은 블로킹 쪽을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 우리 팀 삼각편대의 공격력이 다 좋다. 모마는 어떻게든 올려주면 다 해결해준다. 타나차도 빠르게만 쏴주면 잘 처리해준다. (강)소휘는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커서 올려주면 해결해주는 능력이 좋다. 세터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공격수들을 만났다”라며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이윤정은 김종민 감독의 잔소리 대주주다. 이날도 테크니컬 타임아웃 때 김종민 감독이 이윤정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도 모를 정도로 김종민 감독의 애정이 담긴 잔소리는 디폴트가 됐다. 이윤정은 “감독님이 머리를 콩 친지도 몰랐다. 감독님과는 워낙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애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작전 타임 때 이윤정에 대한 주문이 90% 아니냐’라고 묻자 “95%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뒤 “감독님은 제게 부담감을 주시지만, 저는 그걸 책임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저만 잘 하면 우승할 수 있다. 우승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아직 시즌 초반인데, 벌써 우승 선언하는 것이냐’고 묻자 “네, 우승하고 싶어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997년생인 이윤정은 올해가 지나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의식하느냐고 묻자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최근에도 (문)정원 언니랑 밥을 먹다가 ‘10년이 지나면 언니는 44살이겠네요. 저는 39살이고..’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언니들과 일상 대화를 할 때 마다 문득 ‘곧 서른이구나’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라고 답했다.

동갑내기인 강소휘는 서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묻자 이윤정과 문정원의 폭로전이 나왔다. “소휘는 맨날 얘기해요. ‘내일 모레면 서른이야’라고. 오늘도 경기를 준비하는 데 (송)은채(2006년생)를 보면서 소휘가 ‘은채야, 너 너무 싱그럽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보다는 소휘가 서른을 맞이하기가 싫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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