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정훈 기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도로공사가 시즌 전 ‘양강’으로 평가받았던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셧아웃 승리로 거두며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동시에 IBK기업은행을 6연패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도로공사는 19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모마(17점)-강소휘(16점)- 타나차(14점)로 이어지는 여자부 최강의 ‘삼각편대’의 막강 화력과 한 수 위의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0(25-22 25-18 25-18) 완승을 거뒀다.
페퍼저축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 패배(2-3) 이후 파죽의 8연승을 달린 도로공사는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22(8승1패)가 되며 2위 페퍼저축은행(승점 16, 6승2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더 공고히 했다.
반면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평가받으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IBK기업은행은 한 수 아래의 공격력과 범실에 발목이 잡히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승점 5, 1승7패. 우승후보에서 최하위로 전락한 IBK기업은행은 반등이 좀처럼 쉽지 않아보인다.
각 포지션에서 선발로 나설 베스트7이 안정되어 있는 도로공사와 경기 전 연습 과정까지 지켜봐야만 선발 라인업을 정할 수 있는 IBK기업은행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한 판이었다. 경기 전 만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후~” 한 숨을 쉰 뒤 “상대 아포짓 모마를 막으려면 알리야 킨켈라를 써야하지만, 리시브 불안과 100%가 아닌 몸 상태 때문에 쉽지 않다. 경기 전 연습 때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의 선택은 육서영, 황민경 선발, 킨켈라 벤치였다. 1m74의 단신이라 공격력은 무디지만, 리시브나 수비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황민경으로 경기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선택은 1세트 막판에 독이 되어 돌아왔다. 22-22로 팽팽히 맞선 세트 막판. IBK기업은행의 전위 아웃사이드 히터는 황민경이었다. 모마에게 백어택을 얻어맞고 22-23으로 뒤진 IBK기업은행은 황민경의 퀵오픈이 라인을 벗어나고, 상대 블로킹에게 막히면서 1세트를 내줘야 했다. 황민경 자리에 1m91의 킨켈라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킨켈라가 선발로 나서 상대 목적타 서브에 무너졌다면 세트 막판 접전 양상을 만들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1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분위기를 확실히 탔다. 2세트 초반엔 ‘연봉퀸’ 강소휘가 반짝반짝 빛났다. 상대 공격을 어렵게 받아올린 디그를 동료들이 어렵게 올려준 공 2개를 강소휘가 아무렇지 않게 상대 코트를 폭격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탔다. 운마저도 도로공사의 편이었다. 19-16로 앞선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의 공격을 어렵게 받아낸 도로공사는 리베로 문정원이 3단으로 공을 넘겨야 했다. 상대가 최대한 어렵게 받으라는 의도로 문정원은 공을 크게 퍼올렸다. 이 공이 네트를 간신히 넘어가더니 네트 상단을 맞고 이를 받으러 온 IBK기업은행 리베로 임명옥의 몸으로 떨어졌다. 행운의 점수까지 따낸 도로공사는 2세트까지 쉽게 잡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3세트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이 황민경을 빼고 킨켈라를 넣으며 공격력 강화를 꾀했지만, 그 대신의 수비력 저하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였다. IBK기업은행이 원사이드하게 밀리는 건 아니지만, 고비 때마다 도로공사의 공격력과 조직력, 세터 간의 운영 싸움에서 한 수 위였다. 도로공사는 수비로 걷어올린 공을 삼각편대는 물론 이지윤, 김세빈의 미들 블로커진을 활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반면 IBK기업은행은 상대 네트를 넘기는 데 급급했다.
득점 분포만 봐도 명확했다. 도로공사는 모마와 타나차, 강소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득점이 고르게 나온 반면 IBK기업은행은 빅토리아(15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블로킹 득점 8-5, 서브득점 2-0, 범실 12-17까지 공수에 걸쳐 모든 면에서 도로공사의 우위였다. 도로공사는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였고, IBK기업은행은 도저히 이길 수 없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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