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곳 적발… 관계자 40명 검거
총 115건 중 41건은 재하도급
14건은 무등록 업체에 일 맡겨
숨기려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도
잇단 참사에도 ‘안전불감’ 여전
‘5월31일 덤프사용료 2031만7000원.’
이는 안전진단기관인 A업체가 B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면서 발행한 세금계산서 중 일부다. 이밖에도 A업체는 같은 날짜로 ‘맨홀뚜껑 등’ 품목에 대한 대금으로 1803만6700원, ‘돌가루 등’에 대해서도 1483만7900원 등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해 보니 세금계산서에 기입된 대금은 건네진 게 맞았지만, A업체가 B업체로부터 덤프트럭을 사용하거나 맨홀뚜껑, 돌가루 등을 제공받은 바는 없었다. A업체가 B업체에게 불법으로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한 걸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A업체처럼 공공기관이 발주한 교량·터널 등 시설물 안전진단·설계 등 용역을 발주처 통보 없이 불법 하도급한 업체 26곳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불법 하도급 업체 대표 등 관련자 34명, 안전진단기관 미등록 용역 수행 업체 대표 등 6명 등 총 40명을 시설물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계기로 제정된 시설물안전법은 부실 진단을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을 금지하고, 일정 인력과 장비를 갖춰 등록한 업체만 안전점검을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찰은 규모가 큰 안전진단 업체 일부가 용역을 독식하면서 소속 직원만으로 용역 수행이 어려워지자 실적이 적은 업체에 용역 대금의 60∼70% 수준만 지급하는 불법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도급을 받은 업체 중 일부는 안전진단기관으로 등록도 하지 않은 업체에 또다시 하도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경찰이 적발한 불법 하도급 용역 115건 중 35.7%에 달하는 41건이 재하도급된 사례였다. 이들 중 14건은 무등록 업체가 용역을 수행했다.
용역을 넘긴 원청업체 중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A업체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아예 하도급 업체 직원을 자사 직원으로 일시적으로 ‘위장 취업’을 시킨 곳도 있었다.
경찰은 이번에 문제가 된 용역을 발주한 서울·경기·인천·강원·전남 등 5개 지자체와 공공기관 6곳에 각각 위반업체 명단을 통보하고 교량·터널 등 안전과 밀접한 시설물 관련 용역에 대해 하도급 실태 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은 관리주체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져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실제 올 7월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40대 운전자를 사망케 한 경기 오산 옹벽 붕괴사고의 경우도 안전점검 업체가 점검 과정에서 현장 인원을 허위 기재하고 지자체 신고 없이 하도급 수행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보행자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도 중상을 입은 2023년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에서도 안전점검에 참여하지 않은 기술자를 참여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작성한 점검업체 관계자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지역의사제, 성분명 처방](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8028.jpg
)
![[데스크의 눈] 검찰 흑역사에 추가된 ‘항소 포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8002.jpg
)
![[오늘의 시선] 최고의 환율 진정제는 경제 체질 개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7963.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에밀리 디킨슨을 읽다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8/128/2025111851798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