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국제 투자 분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론스타가 2012년 11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2억1650만달러 배상판정에 정부가 2023년 9월 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한 후 2년여 만이다. 이로써 약 4000억원 규모의 배상책임이 사라졌고 소송비용 73억원도 돌려받게 됐다. ‘먹튀’ 해외자본에게서 국부를 지켜낸 낭보가 아닐 수 없다. ICSID 판정이 취소된 건 5%에 불과한데 ‘기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 당국자와 변호인들이 정교하고 치밀한 법리와 증거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현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권은 낯 뜨거운 공치사를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김민석 총리), “12·3 내란 이후 국제법무국장 등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자랑스럽다”(정청래 대표)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때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가 판정 취소신청을 결정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배상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 “로펌만 배 불린 행정”이라고 몽니를 부렸다. 이러니 야당에서 “뒤늦게 생색내며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조롱이 나온다.
론스타와의 악연은 2003년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론스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아 4조7000억원을 벌었다. 이도 모자라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 탓에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6조원대의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ICSID는 론스타 요구액의 4.6%를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인정했고 이번에 그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무려 6개 정부가 헐값 매각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숱한 논란을 겪었고 법적 공방도 벌여왔다.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공과와 책임을 따져 합당한 평가로 국제분쟁 대응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는 게 맞다.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론스타는 이번 판정에도 한국의 불법행위 운운하며 새 소송 제기를 검토한다고 한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6건의 국제투자분쟁이 진행 중이고 유사한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법적, 정책적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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