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이 던진 짱돌 1.2권/이채필/행복에너지/각 3만원
“장애는 나에게 분명한 불가능이었고, 일생을 따라다니며 포기가 무엇인지 나를 훈련시켜 준 고약한 핸디캡이다. 학창 시절 ‘건강한 신체(身體)에 건전한 정신(精神)이 깃든다’라는 구호가 널리 쓰였는데,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정신도 어딘가 부족하기 마련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나 같은 사람이 듣기엔 참 잔인한 말이었다.”
“덕분에 조롱을 받던 아이가 장차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역전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하필이면 ‘못 가진 것이 많았다’가 아니라 ‘남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내면의 자산가였던 셈이다. 지나고 보니 삶의 여러 길목에서 닥친 고난에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주저앉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며 받아들인 덕분에 열린 미래였다는 생각이 든다. ”
“행정공무원이 된 사정이나 고용노동 분야에서 일하게 된 데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릴 적 외딴 마을에 살면서 세상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라디오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세상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행정이고, 현대국가는 행정국가다’라는 말을 들은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행정’이라는 단어에 감동을 받은 나는 대학 진학 때 법대나 의대가 아닌 행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도 행정고시에 응시하고, 운이 따라준 덕분에 행정가가 될 수 있었다.”
‘이채필이 던진 짱돌 1.2권’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애인으로 숱한 역경과 고난을 딛고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에서 시작해 장관에 이르기까지 노동 관련 업무를 하면서 확립하고 지켜 온 노동 관련 행정에 관한 신념과 그의 파란 많은 인생을 다룬 책이다. 소아마비로 인한 양다리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세상의 멸시와 차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저자는 어린 시절 장애를 트집 잡아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던졌던 울분의 ‘짱돌’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각종 불합리와 비효율에 던지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특히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외국인력 활용과 고용허가제 통합, 고용보험제도 시행, 직업능력개발계좌제 도입 등 저자가 고용노동 전문가이자 행정공무원으로서 주도한 노동 정책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30년이 넘는 노동 행정가로 사는 삶 속에서 행정가는 항상 ‘현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일자리’와 ‘사람’을 자신의 행정 목표로 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노동부 업무나 임무에 대한 국민적 오해, 법령을 제정하거나 행정을 추진하면서 맞이한 애로사항과 문제를 해결한 비법, 모성보호급여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부담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 청년의 창조적 도전 방안 제안, 현대중공업 장기 파업에 대한 노사정의 적나라한 대응 과정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사후에 노사를 불문한 사법처리 원칙이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비롯하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노사분규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평가를 담았다,
책의 ‘13년 만의 노동 개혁 – 복수노조 시행과 노조 전임자 폐지’ 부분에서는 저자가 관여하거나 추진한 ‘노동행정’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기록돼 있다. ‘LP 판(板) 위의 CD : 법과 원칙의 틀 내에서 노사자율적 해결’이라는 저자의 노동행정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갈등적 노사관계 해소를 위하여 노·사·공익을 포함한 폭넓은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 개혁,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과 노조 전임자 개혁, 그리고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등 다양한 노사관계 개혁의 실행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개혁에 필요한 노사정의 리더십과 위기를 맞아 슬기롭게 발휘한 행정가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확고한 공직자관은 책에서 드러낸다. “공무원은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아니며, 존경받은 성직자도 아니다. 행정가는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였기에 ‘비록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행정에서는 차선은 최선의 가장 큰 적이었다”며 적당주의와 타협에 관한 경계를 당부했다. 두 권으로 나눠져 출간된 이 책은 그가 장관 재임시 국정 중심의 원칙과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 처신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대로 보여주는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김대환 제 21대 노동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짱돌은 저자가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입지를 확보한 방어적 수단을 넘어 중앙정부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다시피 하면서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돌직구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필요할 때마다 짱돌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생을 진척시킴과 더불어 국민의 권익 향상에 헌신하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때로는 스스로 아찔할 때도 있었지만, 단순히 운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에 더하여 끈질긴 노력으로 전화위복을 거쳐 최초의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 장관에까지 이른 저자의 생애는 당연히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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