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설에서 “우크라 현실, 게르니카 같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유명한 그림 ‘게르니카’를 감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희생을 당하는 현실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있는 소도시 이름으로,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군에 의한 융단 폭격이 이뤄진 장소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안내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찾아 그곳에 소장된 ‘게르니카’를 관람했다. 이는 세로 약 3.5m, 가로 7.8m의 거대한 캔버스 위에 그려진 유화다. 흑백의 그림에는 비명을 지르는 여성, 통증을 호소하는 가축 등이 등장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4월 내전에 개입한 독일 공군이 게르니카를 표적으로 실시한 무차별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격분해 이 작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개시 직후인 2022년 4월 연설에서 ‘게르니카’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스페인 의회에 원격 화상으로 등장한 젤렌스키는 스페인 국민을 향해 “목숨을 구하려고 몇 주일 동안 지하실에서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외쳤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마치 1937년 4월처럼 느껴진다”며 “바로 그때 전 세계가 스페인의 도시들 중 하나, 곧 게르니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젤렌스키의 행보는 4년 가까이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이 게르니카처럼 되지 않으려면 방공망 구축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더 많은 원조 제공이 필수적임을 강조한 셈이다.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를 강력히 지지했다. 하지만 나치 독일 등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은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장군 세력은 1939년 끝내 공화파 군대를 제압하고 스페인 정권을 장악했다. 그렇게 독재 국가로 전락한 스페인은 프랑코가 죽을 때까지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이어갔다. 피카소는 “프랑코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동안 스페인에서는 ‘게르니카’를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수십년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내걸렸던 ‘게르니카’는 스페인의 민주화 이후인 1981년에야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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