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그제 전체회의에서 양대 노총 시설지원사업비 110억원을 포함한 내년도 고용노동부 소관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었으나 환노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심의 중 더불어민주당 측 요청으로 포함됐다고 한다. 이른바 ‘쪽지예산’ 성격으로 불쑥 들어왔다는 얘기인데, 여당이 부적절한 청탁을 수용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는 본관 사무실의 임차보증금 전환비용 55억원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에는 노총 중앙근로자복지센터의 승강기 교체비용 등 55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민주당은 양대 노총이 정부의 노동정책, 노동 현안 등과 연계해 공익적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경제단체도 관례로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한노총과 달리 1999년 2월 노사정위원회(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 후 복귀하지 않은 채 정부가 마련한 간담회에 간간이 얼굴을 비치는 게 고작인데, 공익적 역할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 더구나 노동부가 작년 1월 발표한 ‘전국 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양대 노총 조합원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에 그친 만큼 노동계 대표성도 떨어진다.
노조는 조합비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 정부나 사용자단체의 지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진국의 상례다. 2022년 결산보고서 기준 한노총 본부가 집행한 예산은 241억원, 민노총 201억원인데 이에 비해 55억원은 20%를 넘는 거액이다. 상급 단체가 없는 제3 노조 및 미가맹 노조는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현실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더불어 양대 노총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청년 실업 등과 같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인지 따져볼 일이다.
야당 지적대로 지난 대선 승리에 기여한 양대 노총에 대한 보은성 지원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만하다.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여당 주도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내년 예산안에 교통방송(TBS) 운영 지원을 위한 74억8000만원을 포함해 국민의힘의 반발을 불렀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과거 TBS에 몸담았던 게 빌미가 됐다. 안 그래도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이 제출돼 국회에서 선심성 지출을 솎아내야 할 판이다. 쪽지예산의 구태까지 재연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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