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460만명이 서울 다녀온 후 울었다”…왜?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2025-11-17 13:00:00 수정 : 2025-11-17 23:32:13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중국 젊은층 사로잡은 ‘서울병(首尔病)’…귀국 후 일상이 버거워지는 이유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울병(首尔病)’이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서울을 다녀온 뒤 한국을 그리워하며 일상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단순한 여행 후유증을 넘어 ‘문화·경험 기반 감정 현상’으로 확장된 형태다.

 

서울은 이제 중국 젊은층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경험과 감정, 콘텐츠와 정체성까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다. 연합뉴스

관광 시장 회복과 더우인(중국판 틱톡)을 중심으로 한 SNS 콘텐츠가 결합되며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인 방한 관광 급증…‘서울병’ 확산의 토양

 

17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된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인 방한객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4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460만명으로, 2023년의 약 200만명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이 확대되며 연말·내년 초까지 방한 수요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여행 붐 속에서 ‘서울병’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서울 여행 후 공허함과 아쉬움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동경이 합쳐진 정서적 반응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SNS 속 ‘서울병’ 밈…97만 ‘좋아요’가 만든 확산력

 

중국 SNS에는 ‘서울병’을 주제로 한 영상과 글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더우인에서는 ‘서울병이 더 심해졌다’는 제목의 영상이 97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대표 밈으로 떠올랐다.

 

댓글에는 “길을 헤매고 있으니 한국인이 먼저 다가와 도와줬다” “한강은 너무 평화롭다, 돌아오니 마음이 허전하다” “서울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여행지”와 같은 경험담이 줄지어 달린다.

 

이처럼 개인 경험이 감성 콘텐츠화되고, 그 콘텐츠가 다시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서울병’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병’, 왜 지금 중국 MZ세대에게 확산하나

 

중국 젊은 세대는 소비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서울의 K-팝 공연, 로컬 감성 카페, 한강 피크닉, 편리한 지하철·도시 이동성은 이들에게 ‘일상에서 얻기 어려운 경험 패키지’로 작용한다.

 

과거 일부 비하적 맥락에서 사용되던 ‘서울병’이라는 표현이 “중국은 한국에게 배워야 한다” “적은 자원으로 풍부한 문화를 만든 나라”와 같은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재해석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서울이 단순 관광지가 아닌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여행 중 경험한 자유로움과 친절, 안전함, 밤문화 등은 귀국 후 일상과 대비되며 더 큰 공허감을 유발한다.

 

이를 중국 MZ세대는 ‘서울병’이라는 하나의 감정 코드로 오히려 즐기고 공유한다.

 

‘서울병’은 단순 유행어가 아닌 중국 Z세대의 소비 방식·문화 취향·정서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틱톡 갈무리

관광산업 전문가는 “‘서울병’은 한국 관광의 경험 가치가 중국 젊은층의 기대치를 넘어섰다는 증거”라며 “K-컬처, 친절 서비스, 접근성이 결합하며 ‘재방문 도시’ 이미지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젊은층의 소비 방식은 ‘감정 중심 경험 소비’”라며 “K-팝 공연이나 한강 라이프는 여행이 아닌 콘텐츠다. 이 여운이 ‘서울병’이라는 감정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방감·친절한 대인 경험·도시 이미지가 만든 이상적 환경과 일상 사이의 간극이 심리적 공허감으로 이어진다”며 “‘서울병’은 현실 회귀의 심리적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서울병은 이제 하나의 문화”

 

서울은 ‘가장 가깝고 가장 세련된 외국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감성적 소비문화는 중국 내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기에 동일한 경험 재현이 어렵다.

 

이미 서울은 ‘라이프스타일 체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는 정서적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 결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여행트렌드 분석가는 “편리한 교통, 음식 다양성, 높은 치안 등 실질적인 만족도가 서울병을 뒷받침한다”며 “엔데믹 이후 첫 여행지로 서울을 선택한 이들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우인의 ‘서울 감성’ 영상은 여행 욕구를 증폭시키고, 여행 후 우울감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다시 확산을 부추기며 서울병을 밈으로 강화한다”고 부연했다.

 

예전 비하 표현이 긍정적 신조어로 변했다는 점은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젊은층의 ‘문화 기준점’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서울병’은 양국 문화 교류가 세대 중심으로 재활성화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정치 환경과 무관하게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 소비는 ‘쇼핑 중심→경험 중심’으로 이동했다.

 

한강 피크닉, 감성 카페 투어, 소규모 공연 등 체험형 소비가 정서적 만족을 극대화한다. ‘서울병’은 이 변화의 산물이다.

 

서울은 이제 중국 젊은층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경험과 감정, 콘텐츠와 정체성까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다.

 

‘서울병’은 단순 유행어가 아닌 중국 Z세대의 소비 방식·문화 취향·정서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그들이 서울에서 경험한 감정과 기억이 콘텐츠가 되고, 이 콘텐츠가 다시 서울행 티켓을 부르는 셈이다.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미모'
  • 차주영 '완벽한 미모'
  • ‘오늘 결혼’ 김옥빈
  • 정은채 가을 분위기 물씬…단발도 예쁘네
  • 문가영 완벽 미모 과시…시크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