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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 사망 쿠팡 기사 “휴무 가능합니까” 요청에 “원하는 대로 하려면 이직하셔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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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5 10:27:41 수정 : 2025-11-15 12:50:32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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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단톡방서 ‘15일 연속 새벽배송’ 사례도
쿠팡 ‘격주 주5일 야간배송’ 홍보했지만 현장선 주7일 근무도
부친 장례 치른 지 이틀 만에 사고…유가족 “산재 신청”

새벽 배송 중 숨진 30대 쿠팡 배송기사가 주 6일 고정 철야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쉬지 못했다는 유가족의 진술이 나왔다. 쿠팡이 야간 택배 노동자에 대해 ‘격주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2동에서 트럭 배송 중 전신주를 들이받아 사망한 오승용씨 유가족은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10일 택배 기사 사고 현장. 제주소방본부 제공

고인의 아내는 “남편이 휴무를 요청하면 그 쪽(대리점)에서 ‘어렵다’ ‘이직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답했다”며, 해당 내용이 남편의 카카오톡 대화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공개한 문자 내용을 보면 고인이 “27일 휴무될까요?”라고 묻자, 대리점 관계자가 “안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될 것 같네요”라고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고인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아내는 “남편이 아픈 첫째 아이 일로 쉬려했지만 못 쉰 날이 많았고, 주 6일 야간 근무를 하면서도 쉬는 날에 대리점 연락을 받고 다시 일하러 나간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고인이 고되고 힘든 택배 노동에 내몰려 희생되면서 우리 가정은 가장을 잃고 앞날을 걱정하는 지경에 놓이게 됐다”며 “이번 사고는 노동자를 최악의 과로 노동에 내몬 쿠팡의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14일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제주지부 기자회견.

유가족은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고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대책, 유족의 막막한 생계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어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말아야 한다”며 “산재(산업재해 사망 보상 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의 ‘제주 쿠팡 새벽 배송 택배노동자 제2차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노조는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고인의 휴대전화에 있는 쿠팡 업무 애플리케이션과 대리점 단톡방을 근거로 제시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쿠팡CLS가 내놓은 과로사 대책인 ‘야간 택배노동자 격주 주5일제’가 이번 사망한 고인에게는 시행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고인이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6일 연속 근무가 만연했으며 심지어 연속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또 고인이 속한 대리점은 부족한 인력 운용 현황 때문에 충분한 백업 기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고인은 5일 연속으로 새벽 배송을 하다 상주로 3일간 아버지 장례를 치러내고 단 하루만 쉬고 업무에 복귀한 뒤 사고를 당했다”며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장례 후 이틀간 휴무를 요청했으나 대리점에서 이틀은 쉴 수 없다고 해 하루밖에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택배노조는 또 “쿠팡CLS는 연속 7일 이상은 동일 아이디로 쿠팡CLS 앱에 접속할 수 없어 7일 이상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밝혀왔지만, 현실에서는 연속 7일을 초과하는 사례까지 발견됐다”며 “쿠팡CLS는 연속 7일 이상 ‘초장시간’ 노동이 이뤄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조사해 발표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2시 10분쯤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에서 쿠팡 협력업체 소속 특수고용직노동자 30대 택배 노동자인 오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고, 중상을 입은 오씨는 당일 오후 3시 10분쯤 숨졌다.

 

사고는 오씨가 1차 배송을 마치고 2차 배송을 위해 새로운 배송물량을 받으러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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