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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2도시인데 빈집만 1만1471동…도심서도 못 피한 ‘폐가’ 공포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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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4 06:50:48 수정 : 2025-11-14 06:50:48
부산=글·사진 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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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다 빈집 밀집지 가보니

피난민들 살던 주택서 ‘흉물’ 전락
지붕 붕괴 위험·계단엔 잡초 무성
노인 비율 높고 거리 인적 드물어

“집 팔아도 금액 적어 이사 어려워”
관할 구청 행정력 턱없이 부족 탓
무너진 빈집 1년 넘게 그대로 방치

빈집 문제는 농촌과 도농복합도시뿐만 아니라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대학과 대학병원, 관공서 등이 들어서 있는 부산 서구는 많은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빈집(폐·공가)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도 빈집 문제가 심각하다. 왼쪽부터 부산 서구 아미동 언덕길에 있는 빈집 벽면이 떨어져 나간 모습, 지붕이 내려앉은 남부민동 빈집과 인근 또 다른 빈집 모습.

13일 부산시의 빈집정비사업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지역 전체 빈집은 1만1471동에 이른다. 이 중 서구가 1865동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진구(1795동), 영도구(1488동), 동구(1238동), 금정구(1080동) 등의 순이다.

부산 서구 아미동과 남부민동은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몰려와 산꼭대기까지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인구과밀 지역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지금은 부산 최다 빈집지역으로 전락했다.

지난 4일 찾아간 아미동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주택과 새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가 지척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었다. 대로변에서 200∼300m만 들어서면 어른 한 명이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로 연결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들 주택가에서 발견된 빈집들은 지붕과 담벼락이 무너지거나 기울어 있었고, 굳게 닫힌 대문에 채워진 커다란 자물쇠는 시커멓게 녹이 슬어 오랫동안 주인이 집을 비웠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주택도 도심지역 빈집의 실태를 보여주는 듯했다. 골목길 초입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었고, 주택 앞 계단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깨어진 창문 사이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집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아이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인형과 장난감, 책과 이불 등 각종 생활도구가 여기저기 집안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간간이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도통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인 비율이 높고, 주민 대부분이 직장 출근 등으로 집을 비워 낮 시간대 통행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는 해도 너무 적막했다. 힘들게 만난 80대 주민 박모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물론 부부가 싸우는 소리까지 담을 넘어왔는데, 지금은 이웃 사람 만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때 빈집이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됐으나 그것도 이젠 옛말이다. 아미파출소 한 직원은 “청소년과 노숙자들이 빈집에 기거하며 각종 범죄를 일삼았던 것은 벌써 지난 얘기”라며 “저출생 등으로 아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빈집을 찾는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혀를 찼다.

남부민동 사정도 비슷했다. 주인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빈집만 덩그러니 남은 곳도 있고, 여전히 생활터전으로 낡은 주택을 지키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었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이곳은 이주 관련 보상금을 받기 위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세입자가 상당수에 이른다. 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도시재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60%가 빈집이고, 절반은 외지인 소유”라며 “프리미엄이 1억원에 이르는 재개발 관련 재산권 때문에 지금은 매각도 안 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빈집에 비해 관할 구청의 행정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있던 한 빈집이 갑자기 무너졌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 주민 강모(78)씨는 “건물 잔해만 치운 채 그대로 방치돼 있어 언제 또 붕괴 위험이 닥칠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매년 빈집 실태 조사를 통해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철거비용을 지원하는 등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사유재산에 따른 소유주와의 갈등과 재정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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